'일·가정 양립' 세대, 연령 높아질수록 남녀 임금격차 커졌다

재정학연구 '성별 임금격차는 세대별로 어떻게 변해왔는가'
"70년대 초반 세대에서 연령효과 가장 커…출산·육아 영향"
"2000년대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女근로자 불리하게 전개"
  • 등록 2023-03-22 오후 3:26:46

    수정 2023-03-22 오후 3:26:46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일보다는 가정을 중시했던 예전 세대에 비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우선시하는 최근 세대에 들어서 나이가 들수록 남녀간 임금격차가 더 커졌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특히 1990년대 후반 노동시장 유연화가 진행될 때 일과 육아를 병행한 1970년대 초반 세대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7일 서울 도심에서 점심시간 직장인들이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심혜정 국회예산정책처 조세분석심의관은 재정학연구 최근호에 실린 ‘성별 임금격차는 세대별로 어떻게 변해왔는가’ 논문에서 생애주기에 걸친 세대 간 성별 임금격차의 현황에 대해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1950년부터 1989년생까지를 총 7세대로 나눠 각 세대에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성별 임금격차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비교했다. 분석결과 초임 수준에서의 남녀의 임금격차는 최근 세대로 올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졸이하 그룹에서 초임수준 격차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남녀 간 임금 격차는 지속적으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 심의관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남녀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현상은 학력 수준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세대별로 보면 기준 세대인 C55(1955~59년생) 세대에 비해 최근 세대로 올수록 연령상승에 따른 성별 임금 격차가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C70(1970~74년생) 세대의 연령효과가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로는 C65(1965~69년생) 세대, C75(1975~79년생) 세대에서 나이가 들수록 남녀 임금 격차가 벌어졌다.

논문에서는 여성의 결혼과 출산 등 요인과 고용 등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이같은 임금격차 확대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C70 세대 이전까지는 ‘일보다는 가정’을 중시했는데, 점차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세대들에서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세대별로 보면 30세까지 기혼 여성이 출산을 하지 않은 확률은 C50(1950~54년생) 세대에서 7.8%였는데 C70 세대에 가서는 23.2%로 상승했고 C80세대에서는 40.1%로 뛴다. 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C70세대 이후 2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0%를 넘어서 해당 연령대 여성의 절반 이상이 경제활동에 참가하게 된다.

C70 세대에서 남녀간 임금격차가 확대된 데 대해 논문에서는 출산과 육아가 집중되는 연령대인 30대에서 근로시간의 축소와 근속기간의 연속성이 낮아지는 영향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세대는 고학력 근로자 사이 경쟁이 강화되고 노동시장 유연화가 본격화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일과 육아를 병행했다.

심 심의관은 “1970년대 출생 세대 이후 고학력 근로자가 취업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적어 근로자 사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심 심의관은 이어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문화, 소득 상승, 자녀의 질에 대한 선호 강화 등 여성 근로자 스스로의 선택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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