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정기상여금도 이제 통상임금…"임금체계 개편 불가피"

통상임금 확대 대법원 판결에 산업현장 혼란·부담 증가
통상임금 판단요건 중 고정성 폐기…조건부 상여금도 포함
기업 임금체계 개편 불가피…내년 노사협의 수립해야
기업 "임금항목 축소·성과급 비중 확대로 개편할 수밖에"
  • 등록 2024-12-27 오후 3:00:00

    수정 2024-12-27 오후 3:00:00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해 수당·퇴직금 등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된 가운데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임금 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 이번 판결로 복잡한 임금 항목을 축소하고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임금체계 개편으로 기업들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는 법무법인 세종과 공동으로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미와 대응방안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긴급하게 마련됐다.

앞서 지난 19일 대법원은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은 재직여부, 근로일수와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전원합의체 선고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지급 시점 기준 재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 관련 선고를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세종 노동그룹장 김동욱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재직조건이나 근무 일수 조건이 붙은 각종 수당들도 통상임금 산정시 산입이 불가피하다”며 “기업 담당자들은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통상임금 범위와 노사합의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통상임금 범위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각종 법정수당, 퇴직금과 관련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진 기업들의 지급 의무 발생으로, 경영부담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주제로 강연한 윤혜영 변호사는 “그간 정기상여금, 수당 등이 통상임금 산정시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이 있는지 따져왔다”며 “고정성 요건이 이번 대법원 판결로 폐기돼 고정성을 없애기 위해 재직 등 조건부을 달았던 임금항목들의 통상임금 포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들이 이번 판결로 지급하지 않았던 정기 상여금을 지급할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윤 변호사는 “재직·근로일수 달성 등의 지급 기준은 통상임금 판단 요건으로써 효과가 부인된 것이지 정기상여금 지급 기준 자체가 무효라 판단된 것은 아니”라며 “이번 판결로 지급하지 않았던 정기상여금을 지급할 필요는 없다”고 부연했다. 이어 “바뀐 판결에 따르더라도 근무 실적에 따른 성과급, 소정 근로와 무관한 일시적·변동적 금품, 무사고운전수당 등 소정 근로 제공과 무관한 조건부 수당은 여전히 통상임금성이 부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에 따라 기업들은 임금 체계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수 변호사는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 △임금항목에 대한 통상임금 재검토 △임금체계 개편 방향 △노조와의 임금 교섭 전략 수립 등 단계별 대응방안을 제시했다.

김종수 변호사는 “대법원은 이번 새로운 통상임금 판단법리를 소급적용하지 않고, 판결 이후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기로 판시했다”며 “현행 임금항목에 대한 통상임금 산정여부를 점검해 연장·야간·휴일근로, 연차휴가 등 법정수당 증가요인을 최소화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노사 협의나 임금교섭 전략을 사전에 수립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은 결국 노조나 근로자대표와의 합의가 요구되는만큼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사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김 변호사는 조언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이번 판결로 현금 흐름이 어려운 기업들의 재정적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그만큼 신규 일자리 감소 등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임금항목을 축소하고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임금체계 개편이 궁극적인 대응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웨비나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며, 발표된 내용은 대한상의 홈페이지 내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다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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