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SAF로 나는 K-항공…항공·정유업계 "미래 경쟁력 위해 생산 지원 필요"

정부, 2027년까지 SAF 혼합유 확대
'탄소중립' 글로벌 표준 발 맞춰
항공업계 "조달 비용 절감 기대"
'항공유 1위' 정유업계도 환영 분위기
"SAF 생산 지원해 단가 낮춰야" 과제도
  • 등록 2024-08-30 오후 4:01:53

    수정 2024-08-30 오후 4:01:53

[이데일리 이다원 하지나 김경은 기자] 앞으로 한국에서 출발하는 국제선 비행기의 국산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이 늘어난다. 이에 동참할 항공·정유업계의 탄소 감축 행보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동시에, SAF라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생산 지원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한항공은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SAF 상용 운항 취항 행사’를 열고 국산 SAF 적용을 위한 제반 준비를 마쳤다.오종훈 SK에너지 사장(왼쪽부터), 안와르 에이 알-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이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등 주요 참석자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는 30일 항공·정유업계와 SAF 상용 운항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국내 정유사가 생산한 SAF를 활용한 국제 노선 정기 운항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인증한 세계 20번째 SAF 급유국으로 자리 잡게 됐다.

국산 SAF를 활용하는 첫 항공편은 대한항공 인천~하네다(도쿄) 상용 노선인 KE719편이다. 대한항공은 이날부터 2025년 7월까지 1년 동안 KE719편 전체 항공유의 1%를 SAF로 채울 예정이다. 에쓰오일과 SK에너지가 생산한 SAF를 반년씩 도입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국의 첫 국산 SAF 급유 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과 일본의 첫 SAF 급유 공항인 도쿄 하네다 공항을 연결하는 노선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며 “앞으로 중장거리 노선까지 국산 SAF 사용 범위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AF는 기존 항공유와 물리적·화학적 성질이 같으면서도 일반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 가량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폐식용유 등 폐기름, 동·식물성 유지, 농업 부산물 등 친환경 원료를 쓰는 데다 항공기 엔진 등을 개조하지 않고도 항공유에 섞어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전체 항공유의 50%까지 SAF를 활용할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엔진을 개조하지 않아도 돼 폐품이 발생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SAF 관련 기술 개발에 항공업계도 동참하고 있어 대체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항공이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 화물기 시범 운항을 위해 바이오항공유를 급유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글로벌 항공업계는 SAF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EU 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최소 2%의 SAF를 의무 혼합하는 ‘리퓨얼 EU’ 정책을 발표하고, 오는 2050년에는 SAF를 전체 항공유의 70%까지 의무 사용토록 할 계획이다. 미국도 ‘SAF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2050년까지 미국 항공유 수요의 100%를 SAF로 충당할 수 있게 한다.

한국 역시 2027년부터 SAF 혼합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에 국내 항공업계는 단거리 노선부터 SAF 도입을 늘릴 예정이다. 내달부터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하네다 노선에서, 티웨이항공은 인천~구마모토 노선에서 각각 SAF를 1%씩 혼합한 항공유를 주 1회 활용한다. 진에어,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등도 SAF 활용에 이르면 10월부터 나선다.

국내 항공사 역시 SAF 조달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반기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글로벌 표준에 따라 SAF 시장을 주목해 왔다”며 “국산 SAF 도입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며 항공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기존 정유 공정에 원유와 함께 바이오 원료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초도물량을 투입했다.
세계 항공유 수출 1위인 국내 정유업계도 SAF라는 미래 산업 경쟁력을 선제 확보할 수 있어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SAF 시장은 오는 2030년 1835만톤(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대비 70배가량 커지는 것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 생산과 수출까지 석유사업법 개정 등 정부가 많은 도움을 줬다”며 “이날 SAF 확산 전략을 통해 정유사들이 글로벌 SAF 시장에 대응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지원책들이 결실을 맺도록 정유사들도 생산·공급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한석유협회 측은 “안정적인 국내 수요가 확보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평가한다”며 혼합 의무화 시기와 수준에 대해서도 정부·업계간 국내 공급 가능 물량 등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센티브 제공 등 추가적인 지원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유 업계는 SAF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투자(CAPEX) 중요성이 커진 만큼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등 추후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업계는 미국,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인 생산세액공제 등 생산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다.

항공업계 역시 수요자로서 생산 지원을 통한 가격 보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SAF 생산 원가가 너무 크게 뛰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유럽 등 생산자에 대한 지원을 통해 SAF 가격을 보조하는 방안 마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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