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공급망실사법 본회의 통과…국내 기업 여파는?

금융권 제외로 유럽계 자본 투자금 회수 우려 덜어
인권·환경보호 추상성 높아…실사계획 수립 애로
공급망 관리·각종 소송 입증책임 비상 걸린 기업들
  • 등록 2024-04-26 오후 5:31:24

    수정 2024-05-06 오전 1:17:46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기업의 인권·환경 보호 의무가 부여되는 일명 ‘공급망실사지침’이 진통 끝에 유럽의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기업들에 미칠 여파에 주목된다.

유럽의회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실사지침(이하 CSDDD)’을 의결했다. 대상 기업들은 경영 전반에 걸쳐 실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 2022년 2월 EU 집행 위원회가 제출한 초안과 비교해 기업의 행정적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결과 역외 기업은 EU 매출액이 4억5000만 유로(한화 약 6600억원)를 초과하면 ‘최종 모기업’이 이 의무를 지게 된다. EU 역내 기업은 직원 수 1000명 이상, 전 세계 매출액이 4억5000만 유로 이상부터 적용 대상이다.

새로운 법은 기업 활동의 공급망내에 아동 노동을 예방해야한다. 사진=EU 의회
국내 산업계는 이번에 통화된 완화안의 특징으로 금융권이 대상에서 제외된 것과 시행 시기가 미뤄진 점을 꼽고 있다. 국내 기업들 가운데 유럽계 자본 비중이 높은 곳들은 공급망에 해당됨에 따라 투자금 회수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본회의에서 결정된 위임사항을 EU 각 국들은 2년이내에 법안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시행시기는 일러야 2026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상 기준 완화에도 EU향 수출 국내 기업 상당수는 여전히 직·간접 대상이 될 수 있단 분석이다. 국내 대기업 상당수가 EU 수출액이 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공급망내 모든 거래 중소기업까지 이 의무를 준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공급망 실사법은 기업이 인권과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지침으로, 이 중 핵심 리스크는 △중소기업 지원 의무 △손해에 대한 책임의무 등이 명시된 점이 꼽힌다.

모기업은 지분을 보유한 관계사 뿐만 아니라 공급망내 중소기업까지 지원해야 한다. 인권·환경 관련 실재적·잠재적 부정적 영향 요인을 자체 평가하고 위험도가 높은 순에 따라 예방·완화·제거 조처 등을 이행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에 대한 책임의무가 명시적으로 기업에 부가된 점도 법적 리스크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인권과 환경 보호에 대한 기준의 추상성이 높아 구체적인 대응 단계에서도 행정적·실무적 어려움이 예상된단 점이다. 예컨대 온실가스는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인권, 생물다양성, 폐기물 처리 등에서 어떤 세부 실사 계획을 수립해야할지는 다소 모호할 수 있다.

국내 유일 환경전문 변호사 김태운 법무법인 남당 대표변호사는 “인권과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구성요건이 광범위하고 추상성이 높으며, 기업의 손해 책임 의무 규정 도입에 따라 입증 책임이 기업에 전환됨에 따라 소송 제기가 더 간편해졌다”며 “일종의 ‘연좌제’로 국내 대기업은 물론 거래 기업 대부분이 이 법의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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