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에 발목 잡힌 오영주 중기 장관 후보자…채택 불발

26일 산중위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 논의
야당, 전문성·도덕성 문제 삼아 부적격 판단
  • 등록 2023-12-26 오후 5:07:13

    수정 2023-12-26 오후 5:07:13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여당은 적격 의견을 냈지만 야당은 오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이유로 부적격 의견을 내면서 자진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6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했다. 여야는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었으나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안건을 상정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오 후보자가 지난 36년간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부처 정책 관련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오 후보자의 세금 체납과 자녀의 증여세 탈루 의혹, 배우자인 장석명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민간인 사찰 관련 이력 등 도덕성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은 “공무원을 하면서 기본적인 의무인 세금 납부를 하지 않았고 전문성도 없다”며 “(이런 의혹이)인사청문회에서 해명되지 않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보고 채택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오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은 “오 후보자는 증여세 탈루 의혹이 있다”며 “28세인 아들이 7억5000만원의 아파트를 구매했는데 4억원의 담보대출 말고는 출처를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후보자가) 배우자의 사법처리에 대한 자료 등을 지금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도 “3급 이상 공무원은 어느 부처에든 갈 수 있고 직급 간 칸막이를 벗어날 수 있지만 문제는 전문성과 직무적합성”이라면서 “오 후보자는 외교관으로 36년 근무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중소·벤처기업에는 문외한이다. 현행 제도나 사업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중기부 장관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김한정 민주당 의원도 “정부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에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도 부족할 판에 외교관 업무만 한 인물을 중기부 장관으로 임명한 점이 의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회와 국민의 뜻을 존중해 임명을 재고해 달라”고 강조했다.

여당 간사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무의원 후보자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국회가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데 대해 유감이며 다음에는 꼭 채택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재정 산자중기위 위원장은 “증여세 탈루 의혹 등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켜야 할 부분에 대해 자료제출 등 의무를 다해 달라고 했으나 의혹을 그대로 남겨둔 점 등이 부적격으로 판단하기에 족했다”며 “국회에서 논의가 이르지 못한 점에 대해 대통령도 살펴보고 최종적인 결정을 내려달라”고 덧붙였다.

오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기한은 이날까지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 보고서 채택을 마쳐야 한다. 이날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됨에 따라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국회가 재송부 요청에도 응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보고서가 없어도 이튿날부터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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