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사업자를 관리할 주무부처로 정해졌다. 암호화폐 시장을 위한 ‘제도적 틀’이 처음 마련됐다는 평가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더 늦기 전에 주무부처가 정해진 것은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부는 28일 금융위를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 소관부처로 하는 내용의 ‘가상자산거래 관리 방안’을 내놨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주무부처를 정한 것이다. 정부는 금융위에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과 제도 개선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블록체인 산업 육성 업무를 맡겼다. 암호화폐 거래가 크게 늘면서 거래소 ‘먹튀’ 등 부작용이 나오고 있지만, 그동안 주무부처조차 없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다가 그나마 한 걸음 나간 셈이다.
또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직접 코인을 발행해 매매·교환을 중개·알선하는 행위, 거래소 임직원이 자기 거래소에서 코인을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시키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한다. 이를 위해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킹 등으로부터 코인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콜드 월렛(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은 암호화폐 지갑)’ 보관 비율을 70%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
암호화폐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암호화폐 투자 수익이 연간 250만원을 넘어가면 초과분의 22%를 세금으로 내게 된다. 또 당초 6월까지로 예고된 ‘범부처 불법행위 특별단속’은 9월로 연장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가상자산 관련 사기 범죄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소비자 보호에 힘쓰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며 “다만 거래소나 블록체인 기업들과 원활히 소통하면서 혁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규제를 정립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 외 상장이나 공시에 관한 부분은 빠져 있단 지적도 나왔다. 최화인 금융감독원 블록체인 발전포럼 자문위원은 “600만명에 가까운 암호화폐 투자자가 생겨난 현실을 인정하고, 합리적 틀 안에서 시장을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입장 변화가 반영된 것”이라면서도 “다만 코인 상장과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향후 거래소들이 신규 코인을 상장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보이지 않는 규제’가 될 수 있단 지적이다.
정부는 “가상자산은 화폐나 금융 상품으로 인정되기 어렵고, 누구도 가치를 보장할 수 없다”며 “국내외 거래 환경 등에 따라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자기 책임 하에 거래 여부 등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