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수소·반도체 사업 재편…분할 합병 무산에 ‘핀셋 대응’

두산테스나, 자회사 엔지온 흡수 합병
DMI, 두산퓨얼셀파워 수소전지 사업 양수
수소 드론서 수소연료전지 회사로 새출범
그룹 차원 대규모 사업 재편 무산에 대응
  • 등록 2024-12-20 오후 4:27:24

    수정 2024-12-20 오후 4:27:24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두산그룹이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추진하던 그룹 차원의 분할 합병 계획이 무산되자 사업 회사별로 핀셋 대응에 나섰다. 사업 간 공통분모가 있는 회사들을 합쳐 시내지를 극대화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시스템 반도체 웨이퍼 테스트 분야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두산테스나는 자회사 엔지온을 흡수 합병한다고 20일 밝혔다. 엔지온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두산테스나는 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소규모 합병으로 진행하며 합병예정기일은 내년 2월 28일이다

두산테스나가 지난 2월 인수한 엔지온은 이미지센서(CIS)와 반도체 후공정(OSAT) 전문기업으로 반도체칩 선별과 재배열, 웨이퍼 연마, 절단 등 반도체 후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각광받는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구동칩 (DDI) 등의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두산테스나와의 사업 시너지가 확대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두산타워 전경.(사진=두산)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두산 퓨얼셀파워BU(FCP)의 사업 양수를 결정했다. 이번 사업 양수로 DMI는 중소형 수소연료전지 전문회사로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고분자전해질연료전지(PEMFC)를 기반으로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해왔다. PEMFC는 20분 이내의 빠른 가동성과 높은 에너지 전환 효율, 저온 동작으로 인한 소재 내구성과 구동 안정성 등의 장점이 있어 건물용이나 드론, 건설기계 등 모빌리티용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의 건물용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담당하던 두산퓨얼셀파워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로 2003년 출범 후 수소연료전지 핵심기술인 셀스택과 개질기 설계, 제작에서부터 시스템 통합 자체 제작까지 전방위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고효율 순수소 모델 ‘H2-PEMFC’ 시스템과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공급하고 있다.

DMI는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산업용 드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수소 드론 업체다. 두산은 수소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이 회사를 설립했지만, 수소 드론 자체가 고가인 데다 아직 시장이 개화하지 않아 매년 억대 적자를 내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게 됐다.

이번 사업양수를 통해 새롭게 출범하는 DMI는 PEMFC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운영 효율화로 재무건전성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양사는 연구개발(R&D) 인력 교류와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한 시너지 제고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건물용 수소연료전지와 소형 항공 모빌리티 분야에서 경쟁력을 모두 보유하게 된 DMI는 건설기계와 이동식 수소 충전 장비, 중소형 선박 등 육·해·공을 아우르는 중형 모빌리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DMI는 이번 사업양수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3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내년 2월 말에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김종선 DMI 대표는 “각 분야 전문성과 경험 공유로 신규 R&D 개발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며 조직의 운영효율성이 향상돼 신속한 의사결정도 가능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PEMFC 와 SOFC 기술을 기반으로 ‘토탈 수소연료전지 솔루션 사업자’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두산그룹은 사업 시너지 극대화와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034020)와 두산밥캣(241560), 두산로보틱스(454910)간 분할 합병을 통한 사업 개편을 추진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 불안한 정치적 상황 여파에 주가가 하락했고 주가와 주식매수청구 가격 차이가 벌어지면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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