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유럽연합(EU)이 유럽판 ‘칩스법’ 시행을 시작했으나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유럽 투자에 뜸을 들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유망하지만 그중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낮아 한계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직은 메모리 주요 고객사인 서버·모바일 회사가 있는 미국과 중국에 집중하려는 모습이다.
| 유럽연합(EU) 깃발.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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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신규 반도체법을 발효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430억유로(약 61조1000억원)를 투입해 민간과 공공의 반도체 생산공장과 연구소, 디자인 시설 등 설립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목표다. 유럽은 미국과 중국의 뒤를 잇는 반도체 3대 시장이지만 자체 생산능력은 낮은 상황이다.
유럽에는 벤츠와 BMW, 아우디 등 완성차업체들이 다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가 차세대 제품으로 꼽히는 만큼 해외 반도체 기업 중에선 유럽에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 미국 기업 인텔은 독일에 300억유로(약 42조63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인텔은 폴란드에도 46억달러(약 6조1400억원)를 투입해 반도체 생산 및 테스트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도 유럽 투자에 나섰다. TSMC는 독일 드레스덴에 유럽 1호 공장을 지을 전망이다. 업계에선 TSMC의 독일 공장 투자 규모가 110억달러(약 14조6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왼쪽)과 SK하이닉스 경기 이천 본사. (사진=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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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TSMC와 달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아직 유럽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유럽 투자에 다소 미지근한 반응인데 이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인 두 회사의 주요 고객사가 미국과 중국에 위치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인공지능(AI) 수혜를 보고 있는 엔비디아만 해도 미국 기업이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도 미국에 본사가 있다. 중국에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다수 위치한다.
유럽에는 미래 먹거리인 차량용 반도체를 납품할 완성차업체들이 있지만 차량용 메모리는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시장조사기관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670억달러(약 222조8500억원)에 달하는 전체 메모리 시장 중 차량용 메모리 시장 규모는 43억달러(약 5조7400억원)로 2.6% 수준이다. 2027년에는 125억달러(약 16조6800억원)로 커지면서 비중도 4.7%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비중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아울러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가 90%의 비중을 차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아직 매력도가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의 주요 수요 기업을 보면 빅테크 기업들은 미국에, 모바일은 중국에 많이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점점 뜨긴 하겠지만 아직은 메모리보다는 비메모리 분야가 유망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