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올해 3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사내하청 근로자 120여명을 직접 고용한 현대제철이 근무지 문제로 또 한 번 갈등을 겪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하청 근로자들이 기존에 일하던 순천공장에서 근무하겠다고 요구하며 상경 투쟁에 나서면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3월 정규직으로 전환된 현대제철(004020) 순천공장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지난 11일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제철 본사 앞에서 상경 투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정규직 전환에 따라 근무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근로자들은 순천공장 잔류와 기존 협력사 소속 당시 수행했던 업무를 지속하겠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 전국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들이 지난 3월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현대제철 상대 근로자지위확인 선고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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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법원은 지난 3월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업 소속 근로자 중 일부를 직접 고용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근로자들은 현대제철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 소속으로 순천공장에서 제조·정비 등 업무에 종사해 왔다. 이들은 현대제철이 자신들을 사실상 근로 감독하면서 불법 파견을 유지해 왔으므로 근로자 지위를 법원이 확인해달라며 2011년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제철은 대법원 판결 후 120명 전원에 대한 직접 고용을 이행했다.
문제는 근무지 전환 과정에서 생겼다. 현대제철은 같은 노무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막고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기 위해 순천 자회사 현대IEC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협력사에서 하던 업무 대부분이 자회사인 현대IEC로 이관됐다. 따라서 이번 소송을 통해 직접 고용된 인원들은 현대IEC가 아닌 현대제철 소속으로서 협력사에서 수행했던 기존 업무를 지속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순천공장에서 정규직 근무를 맡기도 어려워졌다. 순천공장 직영 기술직 근로자 규모가 340여명으로 이미 포화 상태여서다. 120명 전원을 순천공장에서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현대제철은 이들이 근무할 수 있도록 당진, 포항 등 전 공장에 안전담당 직무를 신설했다. 단, 근무시간과 노동강도 등을 고려해 임금수준을 생산직의 90% 수준으로 책정했다.
직접 고용된 근로자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대책위원회를 조성해 순천 공장에서 근무하도록 해달라며 회사 측에 항의를 지속했다. 이에 회사 측에서 향후 6년에 걸쳐 순천공장 정년퇴직자 발생 시 우선 배치 등의 방법으로 순차 배치를 약속했지만 양측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근로자들이 일방적인 주장을 내세울 경우 원칙에 따라 직무 배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직고용 인원은 순천공장 외 사업장 근무는 거부한다는 주장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근무자 개개인 입장을 최대한 고려한다는 방침은 변함없지만 120명 전원이 일시에 순천공장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현재 여건상 불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