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이라는 병명은 정상 혈관이 좁아지면서 부족한 혈류량을 공급하기 위해 생긴 비정상적인 미세혈관이 마치 ‘담배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969년 일본 스즈키(Suzuki) 교수가 ‘모락모락’이라는 뜻의 일본어 ‘모야모야(もやもや)’에서 따와 명명했다.
장동규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상대적으로 발생이 흔하고 서양에서는 드문 편인데, 특히 10세 전후 소아와 40~50대 성인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생기는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소아 뇌졸중의 주요 원인… 환자의 10~15%는 가족력
모야모야병 환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8년 1만1860명이던 국내 모야모야병 환자는 지난해(2023년) 1만7459명으로 5년간 47.2% 증가했다. 여성에서 약 2배 더 많다. 모야모야병은 소아 뇌졸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성인에서는 뇌출혈의 빈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소아 모야모야병은 상대적으로 빨리 진행하고, 성인 모야모야병은 천천히 진행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유전적 소인과 매우 밀접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대부분 모야모야병 증상을 보인 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뇌졸중의 위험이 크고 뇌졸중 재발률 또한 높다. 특히 성인의 경우 약 34%는 뇌출혈로, 50%는 뇌허혈 증상으로 발현된다.
최근 유전체 연구결과, 몇 가지 의심 유전자가 발견되긴 했지만 모야모야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장동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10~15%의 환자는 가족력을 가지고, 특히 어머니 쪽으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더 많다”며 “다만 한 개의 유전자가 아닌 여러 개의 서로 다른 유전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면서 발현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치 시 뇌졸중·뇌허혈증 위험… 뇌혈관우회로 수술로 치료
모야모야병의 확진과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모야모야병은 뇌자기공명혈관조영술(Brain MRA)이나 뇌컴퓨터단층혈관조영술(Brain CTA), 카테터뇌혈관조영술로 진단한다. 두개 내 양측 내경동맥 말단부위나 주요 가지 동맥의 점차적인 폐쇄로 모야모야 혈관이 자라나게 되는 특징적인 소견을 통해 진단을 내리고, 뇌혈역학적 검사(SPECT)를 통해 혈역학적인 스트레스 정도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치료 방침을 정한다.
수술적 치료에는 두개 내 뇌혈관의 폐쇄나 협착으로 인한 혈역학적인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뇌 바깥 부분의 혈관을 뇌혈관과 직간접적으로 이어주는 수술인 ‘혈관우회로 수술’이 대표적이다. 또 혈역학적인 불안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두개 내 동맥류나 가성동맥류는 색전술 치료가 시행된다. 2014년 일본에서 발표된 출혈성 모야모야병 환자에서 혈관우회로 수술에 의한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의 임상시험 결과, 혈관우회로 수술이 사망률과 뇌출혈의 재발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또 지난해 말 장동규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서도 뇌혈관우회로 수술이 뇌출혈 발생을 줄이고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보여준 바 있다.
소아는 대부분 수술적 치료인 혈관우회로 수술이 시행되는 반면, 성인은 허혈성 모야모야병의 경우 약물치료와 더불어 수술적 치료가 많이 시행되고, 출혈성 모야모야병은 최근 수술적 치료가 증가하는 추세다. 무증상의 경우 예전에는 치료하지 않고 경과 관찰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혈류 저하가 있거나 뇌출혈 위험이 높은 경우 예방적으로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장동규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뇌졸중의 빈도가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고 뇌출혈 발생 시에는 사망률이 매우 높은 무서운 질환이다”며 “모야모야병 가족력이 있거나 진단을 받게 되면 무증상이더라도 적극적인 예방적 관리가 필요하고, 특히 가족력이 있는 경우 예방적 조기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