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내년부터 식품 가격은 유지하고 내용량을 줄여 가격 인상 효과를 꾀하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정보 제공 규제가 강화된다. 이에 따라 꼼수 가격 인상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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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내용량이 종전보다 감소한 식품은 내용량을 변경한 날부터 3개월 이상 동안 제품 내용량과 내용량 변경사실을 함께 표시해야 한다. 가령 내용량 100g인 제품 용량이 80g으로 줄었다면 포장지에 ‘내용량 변경제품 100g → 80g’이나 ‘20% 감소’ 문구를 넣거나 ‘내용량 80g(이전 내용량 100g)’을 넣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1차 위반시에는 시정명령을, 2차 위반에는 품목제조정지 15일, 3차 위반에는 품목제조정지 1개월 행정 처분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만, 출고가격을 함께 조정해 단위가격이 상승하지 않거나 내용량 변동 비율이 5% 이하일 경우 표시대상에서 제외된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의 뜻을 가진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기업이 가격을 올리는 대신 상품 크기나 용량을 줄여 소비자가 알기 어려운 방식으로 가격 인상 효과를 보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해 말 정부가 물가 통제를 강화하자 슈링크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렸다.
최근에도 슈링크플레이션은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3분기 실태 조사를 한 결과 국내외 4개 상품에서 용량 감소와 단위 가격 인상이 확인됐다. 오성푸드가 만들고 동원F&B(049770)가 판매하는 즉석조리식품 ‘더반찬 해녀의부엌 제주뿔소라 미역국’(냉동)과 고집쎈청년이 제조·판매하는 스낵 ‘고집쎈청년 수제 오란다’가 적발됐다. 더반찬은 7월 용량을 600g에서 550g으로 8.3% 줄였고 고집쎈청년은 9월 500g에서 450g으로 10.0% 줄였다. 수입 상품인 러쉬코리아의 ‘러쉬 더티 스프링워시 샤워젤 스피어민트향’은 지난 7월 280g짜리 제품이 250g으로, 560g은 500g으로 각각 10.7% 감소했다.
문제는 원·달러환율이 계속 오르고 있어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 가중에 따른 소비자 가격 전가나 슈링크플레이션을 통한 꼼수 인상 유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도 실효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김용희 세종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용량 변경에 대한 설명 의무가 생기니 조금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식품회사가 가격 인상에 대해 미리 발표하지 않는 이상 고지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분명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변경 사실을 소비자가 잘 보고 파악할 수 있게 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슈링크플레이션을 표시하면 제품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어 브랜드를 바꾸거나 가격대를 바꿔 사실상 같은 상품이지만 다른 상품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