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서 270만원 고기 노쇼…자영업자 “메시지 차단당해”

자영업자 "상습범 맞다…다른 전화는 말 듣자마자 끊어"
노쇼 방지 위한 '선입금 요구'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 등록 2024-07-23 오후 2:54:24

    수정 2024-07-23 오후 5:01:32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한 자영업자가 270만원어치의 고기를 주문해 놓고 ‘노쇼(예약한 뒤 방문하지 않는 행위)’한 군부대 때문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3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자영업자 A씨의 어머니는 지난 19일 자신을 군 상사라고 소개한 B씨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B씨는 “소개를 받고 연락했다. 군부대에서 먹으려고 하는데 대용량 구매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날 B씨는 삼겹살 40㎏, 목살 10㎏, 한우 등심 10㎏ 등 구체적으로 주문 수량을 정했다. 또 “22일 오후 5시에 가져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A씨는 지난 20일 고기를 구해서 작업을 마쳤고, 그 과정에서 단가가 높은 한우 주문 수량을 B씨에게 재차 묻기도 했다.

하지만 B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약속 시간에 B씨가 고기를 찾으러 오지 않자, A씨는 전화를 걸었고 B씨로부터 “상사가 아직 오지 않아서 그렇다. 들어오면 바로 출발하겠다. 연락해 주겠다”는 답을 들었다. 하지만 이후 B씨는 A씨와 A씨 동생의 전화도 받지 않았다.

B씨는 지금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A씨는 “혹시나 해서 카카오톡을 확인하니 해당 프로필에 송금하기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그룹 채팅방도 만들어지지 않아 차단당한 걸 알게 됐다”며 “문자와 전화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핸드폰으로 전화하면 안 받는다. 다른 일반 전화로 하면 말을 듣자마자 끊어버렸다. 상습범이 맞다”며 “오늘 고기 소분 다 끝나면 인터넷으로 영업방해, 사기로 고소장 쓰겠다”고 했다.

A씨는 자영업자의 경우 선입금을 요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A씨는 이같이 언급하며 “10명 중 8명은 기분 나빠하거나 이해를 못 한다. 손님과 감정적으로 얽혀봐야 좋은 게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90% 이상은 약속을 지켜주니까 굳이 하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최근 자영업자를 상대로 음식을 대량으로 주문한 후 노쇼 피해를 주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한 도매업자는 삼겹살 200만원어치를 주문받았지만, 노쇼 피해는 물론 연락처도 차단당했다고 밝혔다.

같은 달 국방부 소속 대령을 사칭한 한 남성은 충북 충주의 한 음식점에 도시락 480개를 주문한 뒤 잠적해 수백만원의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한편, 자영업자 등에게 고의로 노쇼 피해를 준 경우 형법 제314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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