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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무죄 판단의 근거로 제삼자 범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볼만한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기록상 제삼자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제삼자의 침입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이 사건 건물 공동 현관문에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어 누구나 출입할 수 있고 범행 현장에 출입한 제삼자 출입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만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지인이 방문한 적 있다’고 했고 피해자의 아들은 ‘(아버지가) 과거 사업을 하며 민사소송을 많이 했다고 진술했다”며 “실제 집에서도 소송 서류가 발견되는 등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는 제삼자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자가 사망한 원인으로 밝혀지지 않은 제삼자가 개입됐을 가능성은 단정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간 이전에 그를 주거지에 데려다 주며 마지막으로 목격한 지인이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이 해당 지인을 참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과거 피해자를 삽으로 내리쳐 상해를 입히거나 목을 조르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질환으로 인한 “공격적 성향이나 양상에 불과해 범행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직후 자신의 행적에 대해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고 피해자의 아들이 주거지에 찾아가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은 점 등은 상식적으로 납득가지 않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공소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지난 1월 31일 밤에서 이튿날 오전 사이 경기 수원시 주택에서 함께 거주하던 작은 아버지 B(70대)씨를 둔기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부모가 숨진 뒤 별다른 직업 없이 없는 상태였으며 B씨 명의인 임대주택에서 작은아버지씨와 30년간 함께 생활해왔다.
검찰은 범행 이후 A씨가 B씨의 시신을 이불에 싸 베란다에 방치해 둔 것으로 판단해 그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했으며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7세 정도의 지능을 가졌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인 점을 참작해 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자신을 오랜 기간 보살펴준 피해자를 살해해 죄질이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