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초유의 ‘0인 체제’ 되나…野, 이상인 부위원장 탄핵 추진

野, 25일 이 직무대행 탄핵소추안 발의 예고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 중단 목적
'0인 체제' 일시적일 듯…즉시 후임 임명 가능 전망
  • 등록 2024-07-25 오후 1:20:49

    수정 2024-07-25 오후 7:29:2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야당이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중단시키기 위해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상인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다. 야당 중심으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돼 이 부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방통위는 상임위원이 한 명도 없는 초유의 ‘0인 체제’를 맞게 될 전망이다.

25일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을 만나 “오늘 이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본회의에 보고하는 것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사진=연합뉴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 보고될 경우 이르면 26일 오후 또는 27~28일 중 탄핵안이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이 부위원장의 직무는 즉시 정지된다.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후보자가 임명되기 전 이 직무대행의 직무를 정지시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중단시키겠다는 의도다.

방통위는 김홍일 전 위원장의 자진사퇴 4일 전인 지난달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방문진, KBS, EBS 등 공영방송 3사 이사진 선임 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이후 방통위는 이상인 직무대행 1인 체제에서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KBS 이사 지원자 53명, 방문진 이사 지원자 32명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는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야당은 이 직무대행 1인 체제임에도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된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탄핵을 추진 중이다. 지난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직무대행은 야당의 이같이 지적에 “국민 의견 수렴 절차와 결격 사유 조회 등 행정 절차는 직무대행 권한으로 실시할 수 있다”며 “2018년, 2021년에도 공모 기간만 위원회에서 정확하게 (의결로) 정했지, 이후에는 일반 행정 절차에 의해 진행됐다”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방통위는 10개월 넘게 위원장과 부위원장 2인 체제를 지속해 왔고, 김홍일 전 위원장이 사퇴한 현재 부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이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거나 그전에 자진사퇴할 경우 방통위는 상임위원이 한 명도 없는 초유의 0인 체제를 맞게 된다. 따라서 이진숙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1인 체제에 그쳐 의결 등 기능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위원장과 달리 이 직무대행은 상임위원의 신분이라 사퇴 후 청문회 등의 절차 없이 대통령이 즉각 후임을 임명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다시 직무대행 1인 체제가 되고, 이진숙 후보자가 임명되면 2인 체제가 된다. 방통위는 현행법상 2인 체제가 전체 회의 개최 및 의결의 최소 요건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에 위원회 회의는 2인 이상, 위원회 위원장이 소집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어서다.

방통위가 2인 체제로 구성되면 오는 8월 공영방송 이사진을 교체할 전망이다. KBS, MBC, EBS 모두 여권 추천 이사들이 이사회 과반을 점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야당은 방통위가 전체 회의 개최 및 의결 최소 요건이라고 주장하는 ‘2인 체제 구성’을 막기 위해 여러 경로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가 여야 정쟁에 휩싸이면서 방통위 직원들의 업무에도 지장이 생기고 있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6개월이 멀다하고 청문회 준비에 매달려야 하니 직원들의 피로감이 상당한 데다 상임위에서 의결이 안되니 중요한 업무인데도 진행이 멈춘 것도 많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랜 공무원 생활 동안 최근 2년간 험한 꼴을 가장 많이 보는 것 같다”며 현 방통위 상황을 한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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