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간지풍' 부는 동해안, 대형산불 위험 경고 높아진다

10일까지 강원영동지역 대형산불 위험주의보 발령
봄철 3~4월 동해안 대형산불 집중
원인은 남고북저형 기압계와 강한 서풍
지구온난화로 가뭄, 산불위험 높여
UN, 2100년 전세계 산불 50% 증가 전망
  • 등록 2022-04-08 오후 2:40:43

    수정 2022-04-08 오후 2:40:43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오는 10일까지 강풍이 예상되는 강원 영동지역에 대형산불 위험주의보가 발령됐다. 건조한 대기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간지풍’이 부는 동해안 지역은 특히 봄철 산불 위험이 커 작은 불씨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5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 야산에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이 산불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봄철 동해안은 기후학적으로 습도가 낮고 바람이 강해 산불이 대형산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2011년 이후 전국 100헥타르(ha) 이상의 대형산불 대부분이 경북과 강원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했다.

특히 피해 규모가 컸던 지난 4대 대형 산불을 분석해 보면 봄철에 부는 ‘양간지풍’이 불 때 진화가 어려운 대형산불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또는 강릉) 사이에서 부는 국지적 강풍이다.

기상청이 지난 3월 울진·삼척 산불을 비롯해, 2019년 고성산불, 2017년 5월 삼척산불, 2000년 강릉산불 등 피해규모가 컸던 4대 대형 산불을 분석한 결과, ‘서풍’이 부는 기압계 상황에서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

봄철엔 우리나라 남쪽으로 고기압이 자리잡고 북쪽으로는 저기압이 위치하는 남고북저의 기압배치가 이뤄진다. 이같은 기압계에서는 태백산맥에 직각방향으로 서풍을 유입시키게 되는데 수분이 태백산맥을 타고 넘으면서 영서지방엔 강수를 뿌리고 영동지방엔 ‘고온건조’하고 최대 풍속 20m/s 이상의 매우 강한 ‘양간지풍’이 불게 된다.

겨울철에서 봄철에 이르는 기간엔 실효습도도 낮아 산불 발생 가능성이 더 커진다. 특히 지난 3월 울진산불은 실효습도와 누적강수량, 노양수분이 가장 낮았으며, 강풍의 지속시간이 39시간으로 가장 길고 방향도 일정치 않아 진화에 애를 먹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실효습도는 장기적으로 우하향 추세에 있어, 향후 대형산불 위험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해안 지역 상대습도는 1990년대 63%에서 2010년대 58.7%로 감소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평균 기온이 12.2도에서 13.0도로 서서히 상승한 것에서 영향을 받았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산불발생 빈도와 피해 규모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처: 기상청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는 높은 기온은 가뭄과 장기간 산불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가까운 2030년 전 세계 산불 발생은 14%, 2030년은 30%, 2100년은 50% 증가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기후변화로 산불위험이 높아지고, 산불로 방출된 탄소는 또 기후변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전 세계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산불 건수 및 피해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초반 200~300여건이었던 연간 산불 건수는 2010년 중반 이후로는 연 600건 이상 발생하는 해가 늘고 있다. 최근 10년(2011~2020년) 산불 피해면적을 봐도 2011년 1090ha, 2012년 72ha에서 2019년 3255ha, 2020년 2920ha로 10년 사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정식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장은 “동해안 지역은 겨울철부터 봄철에 이르기까지 낮은 실효습도와 남고북저 기압배치로 강한 서풍을 유발해 대형산불 가능성을 높인다”며 “1973년 이후 전국적으로 여름, 가을은 강수량이 증가하는 반면 봄, 가을은 강수량이 감소하고 있는데 동해안은 이같은 경향이 더욱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산불 현황(출처: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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