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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한 의사가 의사익명사이트인 ‘엠디구루’에 지난 20일 게재한 ‘중증환자 응급실 수용 불가에 대한 딴소리’라는 제목의 이 글은 하루만인 21일 현재 2000여건에 달하는 조회수와 129건의 추천수를 기록했다.
그는 “응급실 입구에서 40분째 의식이 없는 할머니 데리고 버티던 119 대원이 울면서 입원 안시켜도 좋고 자리 없으면 나중에 병원을 옮길테니 제발 이 할머니 목숨만 살려달라 전화하는 걸 저희 병원 오시라 해 본 적 있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평가 감점 패널티를 감수해야 하는 응급의료센터의 고민을 타과 선생님들도 한 번씩 생각해봐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급한 처치 후 안정되면 2차 병원으로 전원해도 될 텐데 검사도 진료도 없이 입구컷(입구에서 거부당하는)을 당하는 이유”라며 그가 제시한 것은 3가지다.
우선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받았을 경우 필요한 처치를 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면 치료 제공율 평가 점수가 낮아진다고 그는 지목했다.
필수사유를 제외하고 전원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필수사유는 환자가 원해서, 사지절단이어서, 고압산소요법이 필요해서, 중독으로 해독제가 필요해서 등으로 이 경우를 제외하면 전원시 감점이 발생한다”며 “이런 사례가 3건만 떠도 점수가 바닥을 찍을 정도”라고 했다.
일단 접수를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조건 중증환자를 입원시켜야 하는 점도 중증환자를 수용하기 어렵게 만든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이 환자가 입원대기를 응급실에서 하게 되면 응급실 체류시간 8시간 이상으로 또 감점이 된다”며 “그러면서 생긴 부작용이 일부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는 아예 중증환자의 입실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추가 수가 수십 억원은 응급실 환자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그 손해액을 보상하고도 순수익이 더 남는 수준”이라며 “환자를 많이 보면서 ‘인형 눈붙이기’를 할 필요 자체가 없다”고 언급했다. 환자도 안 보고, 돈은 더 벌게 된다는 것이다.
해당 글은 의사들 사이에서 확산되며 댓글이 이어졌다. 한 의사는 “아주대, 경기남부에서 응급실내 중환자 수 최다인 곳. 권역 탈락인데도 지금도 권역 역할은 다 요구당하고 권역 수가는 다 뺏기고, 그럴거면 권역처럼 부려먹는 건 좀 빼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국립대형병원에만 책임을 묻는 데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다같이 안받은 대구 추락 소아 사망사건으로 모든 경북 병원 감사 터졌다. 그런데 민간병원은 못 건든다. 결국 경북대병원이 일부 책임지고 끝날 것”, “완전 공무원이며 공공의료인 각 지역 의료원들은 응급실 체류환자 0명인데도 119를 안 받는다”, “저런 일 터져도 정작 의료원들만 감사를 피해간다”라는 댓글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