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담배 냄새에 쓰레기 냄새에 어질하네요.”
연일 이어지는 열대야에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더위를 피하려 자전거를 타러 왔던 이정원(37)씨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가 지나가던 곳에는 쓰레기통과 술에 취한 채 담배를 피우던 이들이 있었다. 이씨는 “밤에도 덥다보니 남편이랑 기분 전환 겸 한강에 왔는데 오히려 기분이 좋지 않다”며 서둘러 자전거 머리를 돌렸다.
|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앞 전단지 수거함에 쓰레기가 넘쳐 인도까지 더럽히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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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가 계속되면서 밤까지도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늘어난 만큼 공원 곳곳에는 버리고 간 쓰레기와 담배꽁초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몰리는 특정 시기에 서울시가 나서 쓰레기 대란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오후 9시쯤 이데일리가 찾은 여의도 한강공원은 열대야를 피하기 위해 나들이를 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연인, 친구, 가족 단위로 모인 이들은 돗자리에 앉아 치킨 등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한강의 대표 인기 프로그램인 ‘한강무소음DJ파티’를 즐기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두 딸과 아내와 함께 한강에 방문한 강모(39)씨는 “와서 맛있는 것도 먹고 강 바람도 맞으니 좀 살 것 같다”며 “집 근처라 자주 한강에 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평화로운 분위기와 달리 여의도 한강공원 곳곳에서는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공원 곳곳에는 타코야끼·탕후루 등 푸드트럭에서 파는 음식 잔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치킨 등 배달음식 포장 쓰레기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음식물이 담긴 쓰레기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넣어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음식물 쓰레기통은 재활용 쓰레기로 가득 찬 상태였다.
담배꽁초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고 있었다. 화장실 인근 등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흡연을 하고 있었다. 담배꽁초는 대부분 바닥에 버려졌다. 돗자리 등 대여를 하고 있는 A씨는 “공원 관리자들이 나와서 청소를 하긴 하는데 워낙 담배를 많이 펴 (담배)꽁초가 쌓일 수 밖에 없다”며 “술에 취한 사람들도 많아 담배 피우지 말라고 건들면 시비를 걸까 봐 그냥 꾹 참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의도 한강공원 환경미화원이 퇴근하는 오후 10시가 넘어가자 술에 취한 사람들이 늘어나며 공원에 쓰레기가 더욱 쌓이기 시작했다. 더운 날씨에 시민들이 마시고 간 음료 일회용 컵은 쓰레기통에 놓을 틈이 없이 쌓였고 배달음식과 술을 마신 뒤 치우지 않고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한강공원에 놓인 쓰레기를 치우던 시민 장모(56)씨는 “그냥 지나가려 했는데 눈에 밟혀 앞에 있는 쓰레기들만이라도 치우고 있다”며 “한강은 아름다운데 그렇지 못한 시민들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의 한 음식물 쓰레기통이 재활용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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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여름철 늘어난 쓰레기 관리를 위해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환경미화원 23명을 투입해 청소하고 있지만 늘어난 쓰레기에 청결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의도 한강공원 관계자는 “365일 쉬는날 없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청소를 하는 시스템을 유지 중”이라며 “최선을 다해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강공원에서 음식 섭취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물적 자원의 투자가 유일한 해결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쓰레기 배출은 1~2명의 사람이라도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쏠림 현상이 생겨 더 더러워질 수 밖에 없다”며 “음식 섭취를 금지하고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 아니라면 시민들이 몰리는 기간에 환경미화원들을 추가로 투입하고 쓰레기통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