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조진형 최한나 기자] 비씨카드에 이어 KB카드가
신세계(004170) 이마트에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최종 통지하고 LG카드도 동참 움직임을 보이자 이마트는 기존 "수수료 인상 절대불가"라는 강경 입장과 함께 공정위에 이들 카드 3사를 제소, 정면승부를 걸었다.
이로써 1일부터 몰아칠 비씨카드 결제불가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는 피하기 어렵게 됐다. 추석을 앞둔 소비자들은 당장 내일부터 이마트에서 비씨카드를 사용할 수 없을 뿐더러 6일부터는 KB카드도 사용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돼 사태는 일파만파로 악화되고 있다.
◇이마트, 카드사 공정위에 제소
조여오는 카드사들의 압박에 이마트는 31일 비씨카드와 KB카드, LG카드 등 카드 3사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제소했다. 카드사들의 담합의혹과 비씨카드의 차별적 취급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다는 주장이다.
이마트는 "비씨카드에 이어 KB카드, LG카드 등이 연달아 수수료 인상을 일방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통지하고 있다"며 "적용 시기와 인상율이 카드사끼리 매우 유사해 담합의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비씨카드가 타할인점에는 적용하지 않고 이마트에만 특정하게 수수료 인상을 일방적으로 적용하고 나섰다"며 "이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하게 거래 상대방에 따라 현저하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가격행위를 적용하는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마트는 비씨카드와 LG카드, 삼성카드 등 7개 카드사가 회원사로 있는 여신금융협회의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이마트는 "시장점유율 60%를 넘는 여신금융협회 소속 7개사는 비씨카드와 이마트와의 수수료 인상 협상이 타결되지 않자 LG카드 등이 합세, 회원사 이익 확보를 위한 협회 차원의 개입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카드 3사는 "합리적 과정을 거쳐 취한 조치를 부당행위로 몰아가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특히 LG카드는 이번에 보낸 공문이 확정된 인상안이 아니라 협상 진행상 LG카드측 입장을 전달한 것 뿐인데도 공정위에 제소한 것은 이해되지 않는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지금까지는 타결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협상을 추진해왔다"며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고 회피하다가 이제와서 공정위에 제소한 것은 위선적인 태도"라고 비난했다.
◇카드사 전방위 압박 vs 이마트 공정위 제소
이날 이마트가 카드 3사를 공정위에 제소한 것은 비씨카드에 이어 KB카드가 오는 6일부터 수수료를 인상하겠다는 최종통지를 하는 등 카드사들이 전방위적 압박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이들 카드 3사의 수수료 인상안은 이마트 매출 중 카드 매출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점을 이용, 카드 3사가 공동으로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이마트가 수수료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비난했다.
어쨌든 카드사들의 연이은 수수료 인상 통보로 당장 내일부터 비씨카드를 매장에서 받지 않을 예정인 이마트로서는 부담이 급격하게 늘게 됐다.
무엇보다 고객 불만이 배가된다. 비씨카드는 2600만명, KB카드는 1300만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이 두 카드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대체카드 사용에도 한계가 있어 추석을 앞둔 고객 불만은 급증하게 된다.
비씨카드와 KB카드를 모두 받지 않을 경우 적지 않은 매출 손실도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 매출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된 금액은 4조4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6조7000억원의 65%를 차지했다. 특히 카드 매출액중 19%가 비씨카드로 결제된 금액이다. 결제금액 기준으로 비씨카드에 이어 2번째 카드사인 KB카드도 이마트 카드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매출액에 일정부분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비씨카드와 KB카드 등 카드사로서도 이용고객들의 불만이 카드사로 쏟아질 수 있어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소비자 피해 `가중`..6일 이전 타협 가능성도 있어
결국 양측의 수수료 분쟁이 서로 한발 자국도 양보하지 않은 채 공정위로까지 비화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정위가 이마트의 제소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다고 해도 결과가 단기일내로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이마트에서 `카드대란`이 장기화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이마트와 비씨카드가 각각 이용고객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객 홍보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최대의 피해를 보는 가운데 이마트와 카드사들 모두 상처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렇게 소비자-이마트-카드사 모두가 손해를 보는 형국에서 이마트와 비씨카드가 극적으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마트와 비씨카드가 한치 양보를 하고 있지 않는 최악의 상황이지만 추석 대목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여론을 감안해 무리한 강수를 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이 KB카드가 수수료 인상시기인 다음달 6일 이전에 1.8~1.9% 정도의 수수료율에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며 "각각 할인점과 카드사 1위인 이마트와 비씨카드가 타협점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KB카드 등과도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