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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장기간 반복적으로 횡령을 저질렀고 금융기관 종사자의 신뢰를 역으로 이용하고 시스템을 악용했다”며 “사법이 정하는 금액보다 훨씬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횡령했고 금융시장 등에 끼친 악영향을 고려하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씨가) 출금전표, 계좌거래 신청서, 대출실행 요청서 등을 적극적으로 위조하고 차명계좌와 페이퍼컴퍼니 계좌를 이용하고 또 부하 직원까지 이에 동원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횡령한 돈으로 주식 투자와 횡령액 돌려막기 등에 사용해 범행 동기에도 참작할 사유가 전혀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약 30년간 경남은행에 재직하면서 지난 2008년부터 2022년까지 14년간 308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 중 가장 큰 규모다. 이씨는 15년 동안 한 부서에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출금전표 등을 위조로 꾸며 거래하면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은행이 실제 손실을 입은 금액은 592억원 정도로, 나머지 금액은 이씨가 횡령한 금액을 다시 메꾸는 이른바 ‘돌려막기’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이 손실을 입은 금액에서 상당 부분은 수사기관에 의해 압수됐고, 실제 이씨가 취득한 이득은 약 290억원에 달한다.
앞서 법원은 이씨의 범죄 수익을 함께 은닉한 혐의로 이씨의 아내와 친형 등에게도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이들은 수사가 시작되자 금괴, 상품권, 수표 등으로 자금을 세탁하고 차명으로 계약한 오피스텔 3곳을 포함해 집 안의 김치통, 가방 등 이를 곳곳에 숨겨놓았다가 모두 발각됐다. 법원은 이씨의 횡령금을 은닉한 배우자, 모친, 형제자매 등으로부터는 약 32억원 상당을 별도로 몰수·추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