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콘텐츠에 5000억 수혈…업계 "망 이용대가 등 근본 대책 시급"

정부, 1000억 펀드부터 정책금융 등 5000억 규모 투자 지원
국내 OTT부터 제작 등 콘텐츠 경쟁력 강화 나서
업계 '망 이용대가' 등 근본적 해결책 마련 시급
  • 등록 2023-06-15 오후 1:19:40

    수정 2023-06-15 오후 7:36:13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1인미디어콤플렉스에서 관계기관, 기업 등과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투자활성화 및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정한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장, 황현식 한국전파진흥협회장, 김성태 IBK 기업은행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강국현 KT 사장, 김혁 SK브로드밴드 부사장, 정수헌 LGU+ 부사장.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정부가 국내 동영상서비스(OTT) 등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투자 재원 마련에 나선다. IPTV와 OTT 등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자 등 관련 업계는 투자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망 이용대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넷플릭스, 구글 등 일부 외산 플랫폼·콘텐츠 사업자들이 제약 없이 시장 지배력을 키워가는 동안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약해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디지털 미디어·콘텐츠 투자 활성화 및 금융지원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IBK기업은행을 비롯해 한국전파진흥협회, IPTV 3사 등과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를 통해 OTT와 메타버스, 크리에이터에 집중 투자하는 10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하고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800억원 규모 혁신성장 펀드를 구성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산업계에서는 약 34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정부가 다각적인 투자 재원 마련에 나선 것은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 경쟁 심화와 제작비 급증 등으로 국내 미디어 콘텐츠 업계의 경영 상황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OTT 이용자는 늘어나는데 티빙과 웨이브 등 국내 주요 OTT의 영업적자 폭은 매년 확대하며 플랫폼이 ‘고사’ 위기라는 말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콘텐츠 제작사 역시 제작비를 충당할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로 쏠림 현상만 심화하고 있다. 국가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손꼽히는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가 해외 수출을 이어가는 등 성장하려면 정부 차원의 투자가 이어져야 할 상황이다.

산업계에선 투자 재원 마련 외에도 망 이용대가 문제 해결과 같은 생태계 개선, 제도 지원 등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MOU에 참석한 강국현 KT 사장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어렵다 보니 글로벌 OTT 쏠림 현상이 일어나 구매자 중심 시장이 되며 제작자도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가진 방송발전기금을 콘텐츠에 온전하게 사용하고 미디어 생태계 선순환구조를 만들기 위해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 등에 망 이용대가를 제대로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에서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콘텐츠 사업자(CP)가 네트워크 사용에 대한 대가 또는 투자를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의가 확산하고 있고, 국내에서 역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수헌 LG유플러스 부사장은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어려운 부분이 글로벌 OTT 사업자들과 국내 불균형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국내 콘텐츠를 통해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최문석 이사는 “지난해 넷플릭스 등의 드라마 제작 후원 물량이 1이라면 지금은 0.7 수준이고 점점 감소하고 있다”며 “점점 위험부담을 안고 제작하는 상황이 되고 있고 내년이면 이 같은 위험이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콘텐츠 질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망 이용대가는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있어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금융권에서 활동하는 기업은행이 협력해 투자하는 첫 사례로 의미가 큰 만큼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투자 주체를 늘리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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