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김상조소장 "盧, 국정운영 반성해야"-인터뷰

"내각·참모진 재신임전 바꿔야..386참모진, 의원 비서관급 수준"
"토지공개념 도입 성급..콜금리 인상 먼저"
강철규 "기대이상"- 김진표 "기대이하"
  • 등록 2003-10-13 오후 3:17:06

    수정 2003-10-13 오후 3:17:06

[edaily 하정민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으로 부진을 면치못하고있는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한성대 경상학부 교수·41)는 13일 edaily와의 인터뷰에서 재신임 정국 하의 경제개혁 현안에 대해 얘기했다.
김 소장은 "대통령이 스스로 재신임을 거론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당장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을 전면 개편해야한다"며 "노 대통령은 12월 국민투표 후 재신임에 성공하면 이를 바꾸겠다고 하지만 그때까지 이미 실패한 시스템을 끌고갈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경제 비전문가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철학을 경제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을 경제부총리로 앉혀야한다"며 "김종인 전 경제수석이 경제부총리로는 가장 적합한 인선이었을 것"이란 견해도 내놓았다. 부동산공개념제 도입과 관련 "부동산공개념제와 같은 최후의 카드를 꺼내기 전에 과연 정부가 부동산 버블을 잡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느냐"며 "오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소장은 SK사태, 삼성 변칙상속 등의 문제를 낳고있는 비상장 주식의 가치평가에 대해 "사법부, 재계, 정부가 함께 비상장주식 가치평가를 위한 의사결정 방법을 고민해야한다"며 "공정위원장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재계와 시민단체를 모아 가이드라인 만드는 일을 하루빨리 진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내각·비서진 재신임전 개편필요.."盧, 국정운영 반성해야" -재신임 문제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경기침체기에 새로 출범한 정권은 항상 안정이냐 개혁이냐를 놓고 갈등하게 된다. DJ정부 때도 그랬지만 현 정부도 경제위기를 핑계삼아 개혁을 하지못해 결과적으로는 개혁도 안정도 지키지못하고있다. 그야말로 `안정과 개혁의 악순환적 실패`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두 가지 패턴을 보이고 있다. 정책적 시야(time horizon)의 급속한 단기화와 직업관료에 대한 의존도 심화가 바로 그것이다. 당장 개혁도 못하고 안정도 못 시키니 5년, 10년 후를 내다보지못하고 1~2년 후만 걱정하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 아닌가. 국정지표 2만달러 얘기가 왜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현 정부는 국민이 반응을 보이는 정책만 들고나온다. 장기적인 비전 제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이 "2만달러? 그거 괜찮네" 이렇게 반응하니까 여기에 매달리는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개혁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관료집단이 모든 것을 주도하게 된다. 그 자체가 개혁포기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발 부탁하고 싶다.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좀더 솔직해지라고. 왜 국민들에게 "죽었다 깨어나도 올해 GDP 3% 성장 못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청년실업이나 가계부채 문제 해소 안 됩니다"라고 말 못하나. 그래야 국민들에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 참모진, 경제팀 다 바꾸고 심기일전해서 노력하겠습니다"라는 용서를 구할 수 있다. 짧은 인수위 기간 동안 현 정부는 동북아허브, 지역균형발전 등 최대 강력적 목표를 여럿 쏟아냈다. 하나 달성하기에도 몇 십년씩 걸리는 너무나 어려운 과제들이다. 노무현 정부는 달성하지도 못할 어려운 과제들을 늘어놓기보다는 작지만 견고한 `성공경험` 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목표수준을 낮춰야한다. 국정과제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전면 개편이 절실하다. -대통령은 12월15일 이전에 국민투표를 실시, 재신임될 경우에 대대적 개편을 단행하겠다고 했는데. ▲12월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다. 하야가 거론되는 상황은 현 정부가 실패했다는 뜻이다. 왜 실패한 시스템을 그 때까지 끌고간단 말인가. 대통령 스스로 재신임을 거론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당장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부터 바꿔야하는 것이 맞다. 개인적으로 대통령의 청와대 386 참모진은 국회의원 비서관급으로나 알맞다고 본다. 지금까지 국정운영이 대단히 잘못됐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고 대통령은 이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당장 개편을 시행해야한다. 개편을 통해 지난해 선거운동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개혁을 재추진하겠다고 국민에게 말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12월의 재신임이 성공하더라도 이것이 국민의 지지로 연결될 것이다. ◇토지공개념제 도입 성급..콜금리 인상이 먼저 -오늘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 부동산공개념제다. 이에 대한 생각은. ▲그렇게 해서라도 부동산 버블을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이해한다. 그렇지만 부동산공개념제와 같은 최후의 카드를 뽑기 전에 과연 정부가 무슨 노력을 해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는데도 부동산 버블을 잡지 못했다면 모르지만 정부는 자기 역할을 다 하지않았다. 이번달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 인상을 하지않았다는 것이 굉장히 아쉽다. 물론 우리나라의 부동산버블의 원인은 굉장히 많지만 어쨌든 과잉유동성이 그 핵심 아닌가. 유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콜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아무리 경기회복이 먼저라지만 한국은행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콜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고 엉뚱하게 민간은행인 국민은행을 통해 강남 지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린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은행의 조치는 김정태 행장의 의지라지만 정부 측과의 교감없이 그게 가능했겠나. 타이밍이 늦었지만 한국은행과 재경부는 협의를 통해 11월 금통위에서는 콜금리 인상을 추진해야한다. 그래야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줄어들 것이다. ◇강철규 "기대이상" VS 김진표 "기대이하" -시스템 개편에는 현 경제팀도 포함되나. ▲물론이다. 그리고 이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잘못이다. 경제정책의 본질을 잘 모르는 대통령이 인선마저 잘못해 최악의 결과를 빚고있는 형국이다. 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정책실장, 금감위장-공정위장의 짝패에다 한 쪽은 안정, 다른 쪽은 개혁 인사를 내세웠다. 그러나 경제팀은 이질적 성향의 인사들을 섞어놓는다고 좋은 게 결코 아니다. 경제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며 소위 코드가 비슷한 인사들이 모여있을 때 `예측가능한` 정책 집행이 가능해진다. 현 경제팀에서 이를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경제팀 중 참여연대의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관료들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강철규 공정위원장은 `기대한 것 이상`, 이정재 금감위원장은 `기대한 만큼`,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기대한 것 이하`다. 강 위원장은 참여정부의 각료인선 중 가장 성공한 사례라고 본다. 개혁장관이 되려면 전문성과 개혁의지를 겸비해야하는데 그 분은 이 둘을 모두 갖춘, 드문 사례다. 물론 최근 6대 재벌의 계열사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과징금 조치는 실망스럽다. 조사 기간 중에는 강 위원장이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을 것이란 뉘앙스를 많이 풍겼지만 막상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는 강 위원장의 의도대로 된 것이 아니라 재경부와 산자부 등의 정책협조(?) 결과물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경제팀의 팀워크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재 금감위원장은 어떤가. ▲이 위원장은 좋게 말해 신중하고, 나쁘게 말해 결단력이 없는 분이라고 평가한다.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공정위보다 금감위의 역할이 훨씬 중요한데 이 위원장은 정책 집행의 타이밍을 여러번 놓쳤다. 카드사, CB나 BW, 은행 조회서 위·변조 문제 등이 다 마찬가지 경우다. 감독당국은 메시지가 분명해야하는데 이 위원장은 금융시장에 확고한 시그널을 주지못했다. 이 때까지 기업이나 시장에게 "이런 것 하면 벌 받는다. 절대 안 되니까 이건 하지 말아야지"라는 인식을 심어준 게 없지않나. 금융감독당국의 할 일이 바로 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이정재 위원장은 중앙은행 총재에 어울릴 것같다. 중앙은행 총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시장은 몰라야한다. 심지어 당사자조차 자신의 발언에 대한 해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야한다. 박승 한은총재는 너무나도 분명한 메시지를, 굉장히 자주 주면서 바꾸기까지 한다. 성장론자인 그 분이 안정이 최우선시되는 중앙은행 총재가 됐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최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김진표 부총리에 대한 비판글을 올려서 화제가 됐는데. ▲김진표 부총리가 취임 후 꾸준히 한 말은 딱 두 가지다. 법인세 인하와 수도권 공장증설 허용이다. 경제개혁과 관련된 문제점은 제쳐두고라도 자신이 6개월 넘게 줄곧 한 말조차 실현하지 못한 사람이 부총리라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수 없다. 김 부총리는 경제팀 수장으로서 이니셔티브를 쥐지 못한 채 다른 장관들에게 끌려만 다녔다. 물론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이다. 나는 김진표 부총리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자신을 지지하지않은 사람을 참여정부의 첫 경제팀 수장으로 임명할 수 있나. 경제 비전문가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철학을 경제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사람을 경제부총리로 앉혀야한다. 최근 고 김재익 수석 붐이 일고있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김재익 수석에게 "경제대통령은 당신"이라며 전권을 줬던 것처럼 대통령의 철학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을 부총리로 뽑아 모든 것을 맡겼어야 한다. -그렇다면 누가 경제부총리로 적임자였다고 보나. ▲김종인 전 경제수석이 가장 적합한 인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법인세 감면기업 명단 당장 공개해야"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생보사 문제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권익`의 문제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보험계약자의 권익을 침해하며 성장해왔다. 현재 삼성과 교보생명의 기업가치에는 보험계약자들의 침해된 권익이 포함돼있다. 생보사들은 계약자에게 이익배분하는 것을 무슨 선행이라도 베푸는 것처럼 인식하고있는데 이건 당연히 되돌려줘야할 재산권의 문제다. 재경부에서 시행령 개정을 조만간 단행할 것 같지도 않고 지지부진한 상황이 지속되면 정말 큰 문제가 생긴다. 이러다 금감위원장이라도 바뀌게되면 삼성 측은 "지금부터 다시 논의하자"고 나올 게 아닌가. 그러면 영원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결단 자체는 존중한다. 그렇지만 그 많은 돈을 사재출연까지 하겠다면서 왜 당장 상장은 못 하겠다는 건지 안타깝다. 사실 교보생명은 결과론적으로는 참여연대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상장을 하고싶어도 삼성의 눈치를 보지않을 수 없었기 때문일 거다. -정부도 문제해결에 적극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금감위원장도 연내 상장이 불가능하다고 공표했는데. ▲법인세 감면혜택 연장여부가 핵심인데 재경부가 자기 역할을 못하고있다. 그리고 최소한 유예기업의 명단과 그 이유는 공개해야할 것 아닌가. 90년 당시 법인세를 면제받은 기업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LG칼텍스 정유 등 20개나 되지만 3개 외에 나머지 기업은 이름조차 모른다. 기업명단을 공개하고 그 기업이 왜 상장을 못했는지 이유를 밝혀야한다. 시간이 벌써 13년이나 지났다. 그간 시행령만 5번이나 바꿔서 법인세 감면혜택을 연장시켜주지 않았나. 어떤 기업이, 왜 못했는지를 알아야 감면혜택을 연장시켜 줄 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금감위가 조만간 생보사 상장안을 내놓을 계획인데 정부 쪽에서 상장 안을 제시했음에도 생보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유예조치를 연장시켜줄 이유가 없다. 금감위 상장안이 나오면 재경부와 국회 재경위 등에 법인세 시행령 개정에 대한 의견을 질의하고 유예기업 명단 공개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겠다. -효성, 동양메이저 등 신주인수권부사채(BW)로 문제가 됐던 기업에 대한 금감원의 조사도 지지부진하다. ▲공문을 보내 어떻게 되고있냐고 물으면 "조사가 진행중"이란 회신만 바로바로 온다. BW문제에 연루된 기업들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국내발행과 해외발행, 공모와 사모의 경계를 넘나든 기업이 대부분인데 왜 현행법에 위배되지않겠나. 더구나 조사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금감원이 마음만 먹었으면 참여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몇 달전에 이미 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국가경제 위기란 사정을 빙자한 감독당국의 모럴해저드다. ◇"소버린, SK와 표대결 시도않을 것" -비자금 사건으로 SK문제가 다시 불거지고있다. 소버린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않았다. ▲소버린자산운용과 SK(003600)(주) 경영권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고있는데 소버린은 결코 임시 주주총회나 정기 주주총회에서 SK쪽과 표대결을 실시하지 않을 거다. 한 회사의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한 투자자가 확실한 이익을 거두는 방법은 회사 측과 트러블을 잃으키지 않는 것이다. 최소한 소버린이 SK(주) 주식을 몇 달 보유하다 치고 나가지 않을 존재라는 점은 분명해지지 않았나. 소버린이 적대적 M&A를 시도하느니, 경영진을 대폭 교체할 것이라느니 하는 예상은 외국인투자자의 생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다. 소버린이나 라자드는 SK(주)를 경영할 능력이 없다. 대리인을 내세운다 해도 마찬가지다. 자신들도 누구보다 그 점을 잘 이해하고있을 텐데 엄청난 반발을 무릅쓰고 표 대결을 통해 이를 시도하겠나. 더구나 외국인투자자라면 현지 정부나 현지민들의 정서를 거스르고 이익실현이 가능할 수 없다. -올 초 장하성 교수가 소버린을 만난 것이 주목을 받기도했는데. 최근에 접촉은 없었나. ▲전혀 없다. -SK텔레콤 인사들을 만났더니 SK사태 속에서도 텔레콤이 이를 비껴갈 수 있었던 것은 참여연대와의 꾸준한 접촉도 한 몫 했다는 평가가 있던데. ▲타이거펀드 사건 때부터 SK텔레콤(017670)과 참여연대는 커뮤니케이션을 해 왔고 어느 정도 신뢰도 형성됐다. 물론 SK텔레콤 사외이사로 재직하고있는 김대식 한양대 교수 등과 참여연대가 현재 접촉하고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우리는 그 분들을 통해 SK텔레콤 정보를 접하고 있지도 않고 그 분들도 우리에게 어떤 의견을 구하거나 하지 않는다. 다만 그 분들은 "내가 누구에 의해 이사로 선임됐나"를 항상 의식하고 있고 그 기준에서 사외이사로서 행동하고 있다. SK텔레콤 사외이사들이 SK(주) 사외이사보다 개인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결정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SK텔레콤과 맺고있는 관계를 SK(주)와도 쌓으려면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비상장주식 가치평가 가이드라인 제정해야 -최태원 회장이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보석 이유에서 사법부가 워커힐 주식 맞교환에 대해 비슷한 경우에 이미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는데.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무엇이라 할 수는 없지만 항소심 재판 결과를 굉장히 우려하고있다. 1심 재판부가 최 회장에 대해 특가법상 배임이 아니라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분식회계 등으로 최 회장이 끼친 손해가 50억원이 넘는데 왜 특가법상 배임을 적용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와중에 항소심 재판부마저 그런 논리를 들고나왔다. SK 측에서도 이 점을 적극 이용하고있지 않나. 최 회장의 혐의는 크게 SK글로벌 분식회계, SK증권-JP모건 이면계약, 워커힐-SK(주) 주식 맞교환 세 가지다. 이중 분식회계는 "과거의 일이고 어쩔 수 없었지만 잘못했다", SK증권 문제는 사재출연 등으로 해결하겠다고 비껴가고있지만 주식 맞교환은 잘못한 게 없다는 투다. 비상장주식의 평가문제와 관련해 판례에 따른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삼성에버랜드 CB문제도 마찬가지고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 2심 판결이 지난 9월에서 갑자기 11월로 연기된 것도 삼성종합화학이란 비상장 회사가 끼어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사법부, 재계, 정부가 함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형식으로 풀어야한다. 비상장 주식 가격평가의 방법 자체를 고민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 가격평가를 위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쳤느냐"에 대한 국민차원의 합의가 있어야한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누가 보더라도 비상장 주식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가치평가를 위해 노력했다는 과정을 보여줘야 한다. 미국 회사법은 특수관계인과의 자기거래에 대해 사외이사들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하고있다. SK텔레콤도 정관에 이미 이 조항이 포함돼있다. 최소한 이 정도 노력은 있어야하지 않겠나. 가이드라인 제정은 오히려 기업들이 더 바라는 것이다. 모 대기업에서는 "비상장 주식문제와 관련해 논의를 좀 같이하자"며 먼저 연락이 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공정위원장 같은 분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재계와 시민단체를 모아 가이드라인 만드는 일을 하루빨리 진행하기를 바란다. 가이드라인만 정해진다면 사법부의 판단도 훨씬 쉬워질 것이며 기업들도 이를 어기지않으려고 신중하게 고민할 것이다. ◇"내년 1분기 후 다시 카드대란 올 수도" -참여연대는 올해초 7월 이후 카드사 대란을 경고한 바 있다. 카드사들의 자본확충으로 이 문제가 가라앉긴 했지만 아직 위험이 잔존하고있다는 의견도 많은데 어떻게 보나. ▲어쨌든 카드사들은 무려 10조원의 자본확충을 단행했다. 이 정도의 안정장치라면 내년 1분기까지는 유동성위기를 겪지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태가 이어진다면 내년 1분기 이후 또다른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연체율 완화조치를 포함한 정부의 카드사 규제완화 대책은 문제해결 조치가 아니라 이연시킬 뿐이다. 340만명에 이르는 개인신용불량자 문제는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금융회사와 채무자에 주된 책임이 있지만 금융회사의 건전성 감독에 실패한 정부에게도 같은 책임이 있다. 지난달 현금대출 비중 준수시한 연장을 포함한 정부의 카드사 대책은 금감위가 아닌 재경부가 주도한 것이다. 법령 제정권은 재경부가 가지고 집행권은 금감위가 가진 구조 자체도 문제지만 대책 발표 전까지 양자의 실무협의가 없었다고 들었다. 결국 재경부가 카드회사의 로비에 굴복한 것이나 다름없다. 최악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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