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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년 넘게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고 소위원회에 표류 중이다. 법인세·종합부동산세 인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등 쟁점 사안에 비해 후순위로 밀린 데다가, 여야가 대립각을 크게 세우는 분위기에서 논의는 외면받았다.
이날 정부는 재정준칙 신속 도입의 필요성을 재차 호소했다. 강영규 기재부 재정건전성심의관은 “최근 우리나라는 부채 비율이 많이 늘어났으나 다른 비기축통화국들은 부채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채 발행량이 많이 늘면서 조달금리는 급상승하고 이자율 자체도 올랐기에 시장에 안정적인 메시지를 보내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적으로 봤을 때 지금 시점에서 꼭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탄력적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에는 “경제 위기가 오거나 추경 사유가 있을 땐 면제 조항이 있기에 얼마든 대응할 수 있다”면서 “이미 재정준칙을 도입한 해외 선진국들도 70% 이상 이 조항을 갖고 있어 코로나19 시기에 예외를 적용했다”고 반박했다.
여당도 재정건전성을 위한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안 대표발의자인 박대출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를 포함해 과거 여야 대표들이 왜 모두 이 법안을 제출했는지 봐야한다”면서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모든 선진국들이 재정준칙을 도입했는데, 한국만 갈라파고스 섬이 되려고 자처하는 것인지만 봐도 도입의 당위성은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의원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재정수요가 많고 그결과 재정수지 악화로 국가채무가 늘어났다”며 “독일, 프랑스 등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고령화 진입이 상대적으로 늦었음에도 국가채무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다른 나라 대비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비율이 유독 높은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호 의원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생긴 부채를 우리나라는 오히려 가계에 부담시키고 선진국들은 국가가 책임졌다”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작용해 실제 부체를 놓고 보면 사회적 정의가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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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상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나라치고 재정준칙이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 외에 거의 없다”며 “재정준칙 도입은 당연한 것이고,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장치들을 같이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한국의 재정 여력이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축에 들어가 그간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부동산·사교육을 기반으로 국민이 각자도생하고 있는 상태인데, 재정준칙을 기계적으로 준수하다 보면 복지 정책을 최우선으로 위축시켜 불평등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