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유죄'…대법 "비방목적 인정"

강민서 양육비해결모임 대표 벌금 80만원 확정
法 "사적제재…공익보다 개인 불이익이 더 커"
유사사건 '배드파더스' 운영자도 올해초 '유죄'
  • 등록 2024-08-20 오후 1:59:30

    수정 2024-08-20 오후 7:24:07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혼 후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들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한 시민단체 대표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이 확정됐다.

앞서 유사한 사건에서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도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같은 판례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면서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명예훼손 방지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양육비 해결 모임’ 강민서 대표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강 대표는 2019년 6월 ‘배드페어런츠’(Bad Parents)라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제보를 토대로 양육비 미지급자 A씨의 이름, 나이, 거주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미지급 금액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또한 A씨를 “비정한 아빠”, “파렴치한”이라고 표현했다.

1심 법원은 강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공개된 신상정보 중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된 것은 맞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다가, A씨 배우자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은 강 대표로서는 허위라고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불복해 항소한 검찰은 강 대표가 양육비 미지급 관련 ‘사실’을 적시했으므로 명예훼손이 성립한다며 공소장을 변경했다.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강 대표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가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적 단체에 의해 자의적인 판단으로 인터넷에 공개된 신상정보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강 대표가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쟁점인 피고인 강 대표에게 비방할 목적이 인정되는지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핀 결과 원심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게시하는 과정에서 사실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피해자에게 충분한 소명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자녀들이 이미 성년이 되어 현재 양육비 지급이 급박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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