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계엄 사태'에 밤잠 설친 시민들…"너무 비현실적인 상황"

비상계험 선포 후 국회 앞에 시민 결집
"민주주의 후퇴하는 것 같아 두려워"
  • 등록 2024-12-04 오전 8:54:04

    수정 2024-12-04 오전 8:58:27

[이데일리 이영민 박동현 정윤지 기자] “헌법에 명시된 언론·집회·결사의 자유, 그리고 국회의 권한을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막는 게 비현실적이다.”

4일 오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손피켓이 부착돼 있고 경찰이 정문 안팎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문 앞은 전날 밤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를 접한 시민들로 붐볐다. 이들은 거리 곳곳에 배치된 경찰과 양극단의 정치 성향을 가진 단체의 대치를 보면서 불안에 떨었다. 이날 국회에서 만난 고려대 재학생 이모(20)씨는 “지금 중요한 민생 사안이 많은데 정치권은 서로 헐뜯고 정작 중요한 일은 놓치고 있는 것 같다”며 “정치가 마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소식에 국회 앞으로 달려나온 것은 이씨뿐이 아니었다. 이날 오전 국회 정문에는 태극기를 든 보수성향의 시민단체와 전보성향의 시민단체가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시민은 횡단보도 한 가운데에 주저앉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를 비판했고, 또 다른 이들은 국회 주변 인도에서 함께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반복해서 외치거나 국회 정문에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비판하는 손피켓을 부착했다. 경찰은 국회 정문 앞과 맞은편 횡단보도에 철제 펜스를 설치해 출근길 차량과 보행자의 이동을 통제했다.

이날 이씨와 함께 인천 영종도에서 지하철 첫차를 타고 온 이서진(19)씨는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의 이유로 종북 좌파세력을 척결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다른 대안도 있는데 국무회의의 국회 통고 같은 절차를 잘 지켰나 의문이다”며 “지지율이 10%대인 대통령이 탄핵을 연기하려는 것으로 행위로 보여 오게 됐다”고 말했다. 관악구에 사는 박시은(48)씨는 “어제 속보를 보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 같아서 왔다”며 “평소에는 먹고 살기 바쁘니까 뉴스만 보고 이런 곳에 안 오는데 너무 무서워서 밤새 여기 있었다”고 했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 있는 시민도 당혹감과 불안을 숨기지 않았다. 충남 천안시에 사는 직장인 정모(25)씨는 “바로 군인인 가족에게 연락했다”며 “다행히 당장 소집된 상태는 아니어서 가슴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교사 박주성(33)씨는 “이렇게 갑작스러운 사태가 있어서 혹시 학교 일정에 변동이 있는지, 출근을 그대로 하는지 공지가 안 돼서 제대로 못 잤다”며 “주변도 다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밤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고,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이 나오면서 오후 11시부로 대한민국은 비상계엄 체계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날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고, 국회의원 190명이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앞으로 계엄해제 요구 통지를 보냈다.

헌법 제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엄법 제11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해야 한다. 계엄이 해제되면 해제된 날로부터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는 평상상태로 복귀한다.

한 시민단체 회원이 여의도 국회 앞에 설치된 철제 펜스 위에 올라가 정치권을 비판하고 있다.(사진= 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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