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부유출 막는 '토종 브랜드' 카드

  • 등록 2013-11-05 오후 2:52:59

    수정 2013-11-05 오후 2:52:59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선진국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봐도 우리나라 만큼 카드 결제가 쉽고 빠르지 못하다. 카드 한 장만 있으면 김밥 한 줄에 심지어 껌 값까지도 별다른 불평 없이 계산해 주니 현금 한 푼 없이도 며칠을 버틸 수 있는 게 대한민국이다.

잦은 출장으로 해외 곳곳을 다녀보니 출국 전 환전을 꼼꼼히 해놓지 않으면 유럽, 미주, 동남아 어디를 가든 현지에서 카드로 계산하는 데 애를 먹기 십상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편한만큼 현명하게 카드를 긁고 있을까.

포인트 적립, 할인 혜택은 단 100원만 줄어도 불평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발급받은 내 신용카드가 얼마나 국부를 유출시키고 있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

지갑을 한 번 뒤져보자. 아마 비자나 마스터,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로고가 찍힌 신용카드가 대다수일 것이다. 이같은 국제브랜드 카드는 해외 사용시 건당 1%의 국제이용 수수료를 고객에게 부담하고 있다. 예를들어 해외에서 100만원짜리 상품을 신용카드로 구매할 경우 비자 등이 결제망 사용대가를 포함한 101만원을 결제해야하는 셈이다. 국내에서 사용하더라도 결제액 가운데 0.04%를 수수료로 부담해야 한다.

이들 카드의 연회비는 5000~1만원 선으로 국내 전용카드보다 2~3배 가량 비싸다. 이 역시 국내에서만 사용해도 내야 한다. 문제는 국제 브랜드 카드 중 해외 사용실적이 없는 카드가 대다수로 애먼 수수료만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제 카드사들에 지급한 수수료는 1400억원에 달한다.

사용하지도 않는 수수료를 지불하며 국제 카드사 배만 불리는 일은 카드 선진국 국민으로서 어리석은 짓이다.

최근 국내카드사들이 글로벌 브랜드를 통하지 않고도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종브랜드를 선보이고 있어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자는 최근 대만에서 비자·마스터 대신 ‘비씨글로벌카드’ 사용으로 국제 수수료를 1만원 가량 아낄 수 있었다. 아직 결제 가능한 가맹점이 부족하다고 들었지만 현지에서 직접 사용해보니 안되는 곳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었다.

불필요한 국부유츨을 막기 위해서는 토종브랜드를 활성화 시키기 위한 카드사 노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똑똑한 판단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야 가맹점도 확대되고 국내 카드사의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쓸데 없는 낭비를 줄이는 현명한 카드 선택이 ‘애국’의 지름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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