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부동산 `막차`

  • 등록 2006-11-29 오후 6:46:54

    수정 2006-11-29 오후 6:46:54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연말이 가까워져 오면서 모임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요즘 밥자리건 술자리건, 아니면 초상집이건 잔칫집이건 가리지 않고 사람들 모인 곳이면 여지없이 쏟아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집을 사야하냐 말아야 하냐?`하는 겁니다. 산업부 부동산팀의 윤도진 기자는 막차를 기다리는 초조한 심정으로 걱정에 빠진 서민들의 마음을 달래고, 정말로 집값을 잡으려면 정부가 무엇보다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막차라도 타야한다는 데 어떡하죠?"

지금 저 버스가 막차가 맞다면 타야합니다. 놓치면 여간 난감한게 아닙니다. 비싼 값에 할증까지 붙은 택시를 타야하기 때문이죠. 택시 탈 돈도 없다면 더 막막하니 노선이 좀 어긋나도 우선 목적지 근처라도 가기 위해서 차에 오르는 게 맞지요.

내집마련에 대한 불안으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딱 이 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집값이 이렇게나 올랐는데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에 머리가 복잡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부동산 관계자나 일반 수요자들은 몇년만 기다리면 신도시로 싼 물량을 풀어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는 기색입니다. 여태껏 너무 속았다는 반응들입니다. 

올 가을 전세난을 겪은 사람들은 불안이 더합니다. 정부 물량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입주를 한다 해도 2010년이 지나야 하기 때문이죠. 2년짜리 전세계약을 그때까지 이으려면 지난 가을같은 전세대란을 두번이나 겪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득하기만 합니다.

서민들에게는 딴 세상 얘기인 `종부세`까지 걱정입니다. 집주인들이 종부세 부담을 전세와 월세 값을 올려 받는 것으로 충당하려 들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내년에는 입주량까지 줄어 들어 전셋값이 더 불안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실제 입주물량을 따져 보면 이런 불안이 현실로 다가옵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집계해 보니, 내년 서울과 경기도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채 10만가구도 안되는 9만8202가구라고 합니다. 올해 풀린 14만2040가구보다 30%가 줄어든 수치입니다. 2008년에는 9만5122가구로 내년 보다 더욱 줄어든답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라면 해마다, 철마다 전세난을 다시 겪을 수 있다고 염려합니다.

이쯤되니 집집마다 한숨소리가 들릴 만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오는 차라도 일단 타자고 보니 버스 사정이 또 장난이 아닙니다. 기존 아파트들은 값이 이미 오를대로 올라 있기 때문이죠. 이 정도면 가격이 이미 택시 수준입니다. 이거라도 잡자고 생각하니 언제 꺼질지도 모를 거품까지 끼어있을 수 있다는 정부 발표에 또 불안하기가 짝이 없습니다.

건설업체들은 이런 불안감을 등에 업고 비싼 분양가에 아파트를 내놓습니다. 요즘 분위기라면 쉽게 분양을 털 수 있기 때문이죠. 서울과 수도권 경기도내 외진 근교까지도 주변시세를 훌쩍 넘는 아파트들 뿐입니다.

이런 불안을 다스리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 차 뒤에 곧바로 버스가 따라 온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가장 우선이 되야 할 것은 `내몫이 있겠냐`며 불안해하는 서민들에게 적어도 배신감은 느끼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리라`더니 후분양제 로드맵 조차도 고려하지 않은 신도시 공급 계획을 내놓고는 다시 `죄송한데 조금만 더 기다리시라`고 하는 게 지금 정부의 행태입니다. 그러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지금이라도 사야겠구나`하는 조바심만 돋굴 뿐입니다.

`조금만 기다리라`던 건교부 고위간부가 보란듯이 고분양가로 유명한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됐다는 소식까지 들리고 보면 헛헛함만 커집니다. 정부 관료들이 집값을 잡겠다고 머리를 쥐어짜는 일에도 열중해야 겠지만, 적어도 정말 집값을 잡을 것이라는 의지가 거짓이 아님을 보여줘야 할 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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