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상자산 시장, 전통 금융사 중심으로 재편되나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능성 높아
인베스코·위즈덤트리도 재도전
피델리티 등 금융사 공동설립 가상자산 거래소 EDX
비트코인·이더리움 거래 시작
SEC 단속으로 가상자산 업체들은 위축
"시장 전통 금융권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 있어"
  • 등록 2023-06-23 오후 5:14:03

    수정 2023-06-23 오후 5:14:03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미국 금융당국의 단속으로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위축돼 있는 가운데, 전통 금융사들이 공격적으로 가상자산 분야에 뛰어들고 있어 주목된다.

이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증권법 위반으로 기소할 때만 해도 ‘미국에서 코인을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 같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제는 전통 금융권에 가상자산 산업을 넘겨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블랙록부터 피델리티까지 가상자산 시장 넘보는 전통 금융사

대형 자산 운용사들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대표주자는 운용자산(AUM) 규모 10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다.

블랙록은 지난 15일 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를 신청했다. SEC는 그동안 현물 비트코인 ETF 시청을 모두 거절해 왔지만, 블랙록 신청 대해선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블랙록의 신청 승인률이 99.8%에 이르기 때문이다. SEC는 블랙록이 낸 576개 신청 중 단 건을 빼고 모두 승인했다.

블랙록은 신청서 시장 조작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감시 공유 계약’을 도입했다 내용을 포함해 승인 가능성을 높였다. 감시 공유 계약은 시장 거래 활동, 청산 내역, 고객식별 등 정보를 공유해 시장 조작을 막는 기능을 한다. 해당 ETF를 상장할 나스닥도 감시 공유 계약 시스템 구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


SEC는 그동안 시장 조작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반려해 왔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일어나는 시장조작 위험이 그대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전이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블랙록 현물 비트코인 ETF는 이런 SEC의 우려를 해소하는 대안을 담은 것이다.

블랙록 승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현물 비트코인 ETF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미 한 차례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냈다가 반려된 바 있는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와 위즈덤트리도 재도전에 나섰다.

전통 금융사가 직접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에도 뛰어들었다. 찰스슈왑, 시타델 증권, 피델리티 등 전통 금융사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가상자산 거래소 EDX는 지난 20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EDX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비트코인캐시 등 4종의 코인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모두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2018년 MIT 교수일 때 한 강의에서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들이다.

SEC, 금융사에 가상자산 산업 넘겨줄까

전통 금융사의 가상자산 산업 진출 가속화는 SEC의 기존 가상자산 업체 단속과 맞물려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SEC는 이달 초 중국계로 분류되는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에 이어 미국 나스닥 상장업체인 코인베이스까지 증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SEC의 가상자산 시장 단속은 수 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만큼 시장의 우려가 커진 적은 처음이다. “미국에서 가상자산 업체들이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게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SEC의 규제가 강화됐는데도, 전통 금융권에선 오히려 강하게 가상자산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SEC의 속내는 가상자산 사업을 전통 금융권에 넘겨주고 관리 감독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미국의 가상자산 산업이 전통 금융권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며 “가상자산 산업은 성장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업체들의 현재 산업 내 포지셔닝은 전통 금융사 진입 혹은 기존 업체들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이건 미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고 한국을 포함한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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