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정훈기자] 추석 연휴동안 극심한 교통대란을 경험하고 돌아온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보란듯이 신나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랠리가 시작된 셈이다.
탁 트인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맘껏 속도를 내고 싶지만 `제한속도`는 있게 마련이고, 앞차를 추월하거나 바짝 뒤좇고 싶어도 `안전거리` 확보는 필요하다.
현재 콜금리는 3.75%에서 막혀 있고 여러 여건상 추가적인 콜금리 인하는 당분간 힘들어 보인다. 결국 3.75%를 기준으로 잔존만기별로 채권의 값이 차례로 매겨질 것이고, `안전거리`도 정해질 수 있다.
`강세장에서의 커브 평탄화(bullish flattening)`가 이어져 상대적으로 가격 탄력성이 큰 장기금리가 많이 내려오면서 앞서 있는 단기금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제 가능성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단기금리 하락이 막히면서 장기금리도 속도를 늦추든지, 둘째 단기금리가 더 하락하면서 장기금리도 더 떨어지든지, 그것도 아니면 셋째 단기금리가 막히면서 장기금리가 단기를 추월해 갈 수도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단 세번째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올초 경험을 떠올리면서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두번째 가능성 역시 부동상태의 콜금리를 떠올리며 접어둔다.
남은 것은 첫번째 경우다. 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커브 플래트닝이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시각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실제 시중 유동성은 잉여상태를 많이 줄였다. 지준 마감을 감안한 것이지만, 19일에는 한은이 3일물 1조5000억원 어치 RP를 매입해 자금을 지원했고 다음 지준반월에도 잉여는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또 단기 금융채 발행시장에서도 산금채 1년 할인채가 콜금리와 불과 33bp 차이인 4.08%까지 내려가면서 인수 기관들에서도 점차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이같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몇 가지 생각하지 못한 경우의 수가 남아 있다. 단기금리가 상승한다면? 이 경우 역시 단기금리 상승으로 장기금리가 함께 떠밀릴지, 단기금리와 달리 장기금리는 하향 안정될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최근 투신권 MMF로 자금이 상당규모 몰렸다. 18일 현재 MMF 수탁고 총액은 49조700억원에 이르며 지난 3월13일의 51조470억원 이후 최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7월이후 주식형펀드와 MMF 잔고 추이
(단위:10조원, 자료=투신협회)
이처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MMF 잔고가 그동안 장기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단기금리를 비교적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하게 만든 배경이라면, MMF 동향이 앞으로 단기금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올해 MMF잔고와 국고3년/통안1년 금리 추이
(단위:10조원,%, 자료=투신협회·증권협회)
투신사 관계자들은 "기업체나 은행 등 자금이 몰려든 만큼 월말 자금수요가 생기거나 투신사별로 수익률을 낮출 경우 다시 빠져나갈 수 있다"며 단기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단기금리가 상승압력을 받으면서 마지막으로 예상한 시나리오대로 장기금리도 상승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단기금리와 달리 장기금리만 강하게 버틸 수도 있지만, 그러나 커브 플래트닝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좀더 강해질 경우 장기금리 역시 단기금리와의 `안전거리`를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최근 몇 개월을 보면 월말 요인으로 MMF 자금이 상당부분 빠져나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는 한 투신운용사 펀드매니저의 말은 이같은 우려를 어느 정도 덜어주긴 한다.
방향이야 어찌됐던 앞만 보고 달리는 와중에도 앞차와의 적정한 거리 확보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나 속도가 빠르고 장애물이 없는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