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막론 재정악화 우려 한목소리(종합)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첫날
"국가채무 OECD 기준 GDP대비 60%"
국가채무 범위 논란 증폭.."협소하다"
공기업 부채 급증·4대강 편법성 `도마위`
여야 `감세` 공방..한은법 개정, 출구전략 `갑론을박`
윤증현 "국가채무 상대적 양호 수준..더블딥 희박"
  • 등록 2009-10-12 오후 5:12:56

    수정 2009-10-12 오후 5:12:56

[이데일리 김기성 김재은 박기용기자] 12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재정건전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대로 가다간 국가의 마지막 보루인 국가재정이 멀지 않아 위험수위에 도달할 것이라는 걱정이 지배했다.

특히 정부 발표의 국가채무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정부보증채무 등을 포함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비해 협소해 국가채무가 과소평가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2007년말 현재 정부가 발표한 국가채무는 298조9000억원으로 GDP대비 33.2% 수준이지만 OECD 기준 국가채무 합계는 540조2000억원으로 GDP의 59.9%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작년말 경제위기는 전대미문의 사태였던 만큼 재정건전성만 강조해서는 안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고 맞대응했다. 또 "보증채무, 공기업 채무, 한국은행 통안증권 등은 국제적 기준으로도 국가 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밖에 이날 국감에서는 감세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전이 벌어졌으며, 4대강 사업, 공기업 부채 급증, 한은법 개정안, 출구전략 등이 도마위에 올랐다.

◇ 재정악화 우려 한목소리.."국가채무 OECD 기준 GDP대비 60%" 지적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재정부 국감의 첫 질의자로 나선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이 너무 방만하고 결국 차기정부로 넘기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또 "국가채무 산정이 체계적이지 못해 정부의 보증채무 등이 포함된 광의의 국가채무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핑계대지 말고 재정건전성 문제와 관련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도 "작년 정부의 중기운용계획에 따르면 5년간 적자성채무가 127조원에서 159조원으로 30조원 가랑 늘어나게 돼 있는데, 올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중기재정운용계획에는 127조원에서 247조원으로 120조원이나 증가해 1년전보다 4배나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은 "중기재정운용계획상의 잠재성장률 5%, 국세수입 10% 이상이 가능한가라는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을 꼬집었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재정건전성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스몰오픈이코노미(소규모개방경제)`이기 때문"이라며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데다 고령화 문제에 통일비용도 있어 더더욱 재정건전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 참여나 정부채권 발행을 통한 대학생 학자금조달은 국가채무에서 빠지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국가부채를 고무줄처럼 늘였다줄였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작년말 현재 500조원인 4대연금등의 우발부채, 잠재부채를 명기해 정부가 책임지는 부채 범위를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서 "현 정부 정책은 `쌍방향 포퓰리즘`으로 세입에서 감세를 하고 있는데다 세출에서 우선순위 없이 마구잡이로 돈을 쓰는 등 이대로 가면 빚더미, 거품경제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만약 빚만 잔뜩 늘여 다음 정부로 넘기면 국민의 근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현재 공무원들은 재정건전성에 허리띠를 졸라매 주안점을 두고 있으며, 중기재정운용계획은 꼭 달성가능한 수치라고 감히 자신해 마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 마찬가지로 실제를 잘못 전달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면서 "절대적인 국가채무의 단순 증가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전세계적으로 비교해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건전하다는 점은 국제사회에서도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 공기업 부채 급증·4대강 사업 편법성 `도마위에`

김성식 한나라당 의원은 경기부양과 국책사업으로 인한 공기업 부채 급증에 대해 우려를 집중시켰다.

김 의원은 "2012년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부채비율이 500%를 넘어가고 수자원공사는 무려 10배나 차입이 늘게 돼 있다"면서 "수자원공사의 경우 4대강 사업과 연관해 정부가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채권이자만 710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 심의를 받지 않는 공기업의 `그림자 재정`이 눈덩이 처럼 늘고 있어 국가재정의 무책임성을 증가시키고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될 것"이라며 "중기 재정계획에 별첨 형식으로 주요 공기업의 부채를 종합 정리하고 관리 방안을 보고하는 방식을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윤 장관은 이에 대해 "공공부문의 건전성 악화를 지속적으로 경계해야한다는 말로 이해하겠다"면서 "부채와 함께 자산도 동시에 증가하고 있어 걱정하는 만큼은 아니겠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운태 민주당 의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장기계속사업의 문제점을 따졌다. 강 의원은 "올들어 조달청이 12억원의 예산을 갖고 3조330억원의 대형사업 발주를 끝냈는데 장관은 알고 있었느냐"면서 "이들 사업에 대해선 국회 예산심의확정이 끝날 때까지 중단하라고 장관이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봉균 민주당 의원도 "4대강 개발은 경제위기 극복대책으로 부적격할 뿐만 아니라 12억원에 불과한 올해 예산을 토대로 장기계약을 우선 체결하고 국회에서 예산이 변경되면 계약을 수정한다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다"고 질타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윤 장관은 "이 사업은 국가계약법상 장기계속 계약에 따라 발주한 것으로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서 "마스터 플랜에 따라 2012년까지 종료하기 위한 물량을 발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백재현 민주당 의원은 "4대강 사업을 위해 수자원공사를 이용하는 것은 너무나 떳떳하지 못하다"며 편법성을 꼬집으면서 "절차가 잘못된 만큼 법을 고쳐서 제대로 해야지 대통령이 지시한다고 밀어붙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2012년까지 총 15조4000억원의 4대강 사업비중 절반 이상인 8조원은 수공이 부담하고, 나머지 7조4000억원은 재정에서 투입된다.

◇ 여야 `MB정부 감세정책` 공방전

정부의 감세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나왔다.

강성종 민주당 의원은 "2009년 세제개편안, 예산안을 살펴보면 친서민 세제개편안이 아닌 서민중산층 증세 개편안"이라고 비난하면서 "교육, 복지, 중소기업 예산도 실질적으로 삭감돼 따뜻한 서민정책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복지예산 증가율은 추경대비 0.7%(6000억원) 증가에 그치며, 법정지출 감안시 복지예산도 되레 감소한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4대강 예산 22조원 가운데 9조원만 있으면 취학전 아동보육 시설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2조원만 있으면 장애연금 실시도 가능하다"며 "8조원 가량의 부담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긴 것도 4대강 때문에 다른 예산이 줄어든다는 비판을 모면하면서 공기업 채무로 돌려 국회 심의도 안받고 재정건전성 논란도 잠재우려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지방재정 관련 감세정책 영향을 살펴본 결과 서울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적게 줄고, 전남북과 강원 제주 등이 많이 줄어들어 어려운 곳이 더 크게 마이너스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방재정의 부익부 빈익빈 심화현상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정부의 감세정책을 옹호하고 나섰다.

나 의원은 "10년 후 고령사회가 되기 전에 제2도약기를 맞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감세정책"이라며 "정부의 감세정책은 부자만을 위한 게 아니며, 경쟁국보다 세부담을 높지않게 하고 모든 기업에 골고루 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자감세`라는 말은 선동적이며 나라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감세율로 보면 서민중산층이 더 크다"고 맞섰다.

◇ 한은법 개정, 출구전략 `갑론을박`..윤증현 "더블딥 희박"

한은법 개정안도 이날 국감의 주요 관심사로 등장했다. 한은법 개정안은 물가 안정이라는 한은의 설립목적에 금융시장 안정을 추가하는 대신 제한적인 독립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은법 개정에 찬성 입장을 보여온 박종근 한나라당 의원은 "한은법을 일부 개정해 금융안정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것인데 정부는 전면적인 (금융감독) 체제 개편 문제로 확대 해석해 정리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은 "한국은행이 기관 이기주의적인 차원에서 하나라도 건져보겠다는 속성을 보이는 것 같다"며 "한은법 개정은 금융시스템 개편 등 여러 논의 동향을 보면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정부의 입장을 두둔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지금은 금융시장 안정이 심각한 시기가 아니며, 결코 한은법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야 할 시기가 아니다. 내년 이후로 미뤄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정부가 출구전략 논의 조차도 봉쇄하고 있다는 강봉균 의원의 지적에 대해 "그건 오해로 출구전략은 나름대로 준비는 하되 신중하자는 의미"라며 "민간의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게 당면 과제이자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더블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최근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가 아니냐"는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내년엔 완만한 성장이 되겠지만 대체로 더블딥까지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렇다고 출구전략을 본격 검토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출구전략에 대한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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