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채안펀드`를 통해 기업과 금융사의 유동성위기를 지원하고, 회사채시장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민관합작` 조성해 10조 출범
정부는 일단 민간 자금과 정부 자금을 합쳐 10조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이 2조원을 대고, 연기금도 참여시킨다. 나머지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기존의 채권투자기관들이 출자케 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의 참여도 검토되고 있다.
과거 채안기금 때와 달리 은행이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지만 금융위는 "10조원 가량은 충분히 조성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최근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업종별로 금융사 CEO들을 만나면서 이같은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
펀드가 조성되면 금융채, 여전·할부채, 중소기업 회사채 등을 기초로 한 프라이머리CBO, 회사채 등을 사들일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일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캐피탈사나 건설사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은행채를 매수하면 전반적으로 금리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기대한다.
더불어 회사채펀드 환매가 급증할 경우 펀드의 회사채 매도를 받아줄 안전판으로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채안펀드의 운용주체가 누가 될지, 금융사별로 얼마를 갹출할지, 또 제코가 석자인 금융사들의 출자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산업은행은 2조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채안기금 `사촌` 채안펀드
연기금과 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모아 `문제 채권`을 사들인다는 구조는 과거 채권안정기금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감독당국은 과거 채권안정기금과는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 99년 나왔던 채안기금은 대우채 사태와 이로 인한 투신권 환매 대란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는 은행권 등 40개 금융기관이 갹출해 기금을 모았고, 당초 20조원으로 출범했다가 30조원으로 증액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정 `문제아` 때문이 아니라 채권투자자들의 위험기피 성향이 높아지면서 회사채, ABCP 등의 유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채안기금의 매입대상 채권은 주로 국공채 및 신용등급 BBB- 이상의 투자적격 채권과 유동성 자산 등이었다. 당연히 대우채는 매입하지 않았다.
◇ 채안펀드 카드 왜 나왔나
당국이 이 같은 조치를 들고 나온 것은 건설사 등 돈줄이 꽉 막힌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다. 건설사 채권, 은행 채권, 캐피탈 채권 등의 발행 및 유통 경화가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기업들은 은행 대출이 끊긴데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특히 건설사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를 상환하지 못한 채 가까스로 `돌려막기`를 하며 하루하루를 넘기는 상황이다.
금융사 역시 일반기업들과 사정이 별다르지 않다. 캐피탈업계는 자금조달이 어려워 영업을 거의 중단한 상황. 결국 은행 등 금융사들이 보유한 채무의 만기를 연장하고, 국민연금이 여전채 및 기업어음(CP)을 사달라고 건의하는 등 금융당국에 긴급구조를 요청했을 정도다.
당국은 이같은 상황을 "빈혈 환자에게 수혈을 통해 혈액을 공급했지만 (은행에 대한 원화 및 외화유동성 공급), 일부 부문의 동맥경화 현상에 따라 몸 구석구석(채권시장 경색 및 이로 인한 기업 자금난)까지 혈액이 전달되지 않는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