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서민 잡는 정부

  • 등록 2006-08-29 오후 6:21:06

    수정 2006-08-29 오후 6:21:06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온 나라가 바다이야기로 떠들썩합니다. 결국 한명숙 총리가 나서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한 총리는 서민생활과 서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는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했는데요. 경제부 권소현 기자는 왜 서민들이 바다이야기에 빠졌나 생각해봤다고 합니다.

서민정부를 표방한 참여정부가 들어선지 3년반, 서민정부의 행정을 총괄하는 총리가 서민경제를 망쳐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한 총리의 사과를 보면서 정말 요즘 서민들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바다이야기, 이런 사행성 게임장에 왜 서민들이 갔을까요? 한 총리의 말대로 제도적인 허점을 방치한 정부의 책임도 있고 일확천금을 꿈꾸며 도박장에 쉽게 발을 들여놓은 서민들에게도 책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경기침체가 문제입니다. 경제가 무너지면서 생활고로 허덕이는 서민들이 사행성 게임장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은 것이죠. 바다이야기에서 돈 날리고 파탄의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부자들 보셨습니까.

실로 서민경제가 위태롭습니다. 빚은 늘어가고 있고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민들 허리만 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가계빚은 전분기말에 비해 16조7000억원 가량 증가했습니다. 카드대란 사태가 있었던 지난 2002년 3분기 이후 가장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가계발 신용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계빚이 늘고 있는데 한국은행은 이달 콜금리 목표를 0.25%포인트 높였습니다. 은행에서 1억을 빌렸다면 연간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25만원 늘어나는 셈입니다. 물론 은행의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가 콜금리와 같은 폭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를 올리면 빚진 자는 울고 가진 자는 웃기 마련입니다.

29 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각종 지표들은 서민들을 더 우울하게 합니다. 현재의 경기 국면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개월째 하락추세를 이어갔습니다. 경기 둔화세가 추세적 현상이라는 소립니다.

수출도 둔화되고 있고 소비도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가는 고공행진을 하면서 소비심리를 짓누르고 있는데 정부는 유류세 인하 계획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부자를 우대하는 분위기에 서민들은 주눅만 더 들고 있습니다.

최근 서민들은 꿈도 못 꾸는 판교 지역 중대형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가 CD금리(29일 기준 4.68%)+0.3%포인트로 정해졌는데요. 다른 지역이 CD금리+1.0%포인트 수준에서 정해지는 것에 비하면 완전히 거저 빌려주는 것입니다. 집단대출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으려면 8~9%대의 금리를 내야 합니다.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연 6~9% 수준이고 카드론은 9~27%에 달합니다.

노 대통령이 이번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해 "도둑 맞으려니까 개도 안 짖는다"고 했다죠. 언론에서도 수차례 지적했고 사행성 게임장에 잘못 발을 들여놨다가 자살한 서민들도 여럿 있었는데 왜 못 들었을까요. 서민들 목소리에 아예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는 출범 두달만에 해체됐다고 합니다. 결국 이벤트에 불과했던 것이죠.

서민의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참여정부가 서민경제를 오히려 망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배정책과 사회통합을 강조해온 참여정부가 알고 보니 '서민 잡는 정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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