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로 리베이트 근절`vs`제약사 피해 너무 크다`

11일 약가인하 토론회서 정부·업계 상반된 시각 제시
  • 등록 2011-11-11 오후 4:55:15

    수정 2011-11-11 오후 4:55:15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약가인하 정책에 대해 정부와 제약업계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 측은 "약값 거품을 제고하고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큰 폭의 약가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큰 폭의 매출 손실로 R&D투자 위축,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맞섰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1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의 약가를 평균 14% 인하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추진중이다.

11일 국회도서관에서 자유선진당 이재선 의원 주최로 열린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에서 새 약가인하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정부 측은 제약산업의 선진화, 건강보험재정 안정을 위해 약가인하가 당장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제약사들의 판매관리비 비중이 제조업의 3배 수준인 30%에 달하고, 치열한 영업경쟁으로 리베이트에 의한 거래 관행이 근절되지 않을 정도로 후진적인 행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약가인하의 배경이라는 시각이다.

최희주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관은 "고령화, 만성질환자의 증가 등으로 약품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건강보험재정의 불안정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최 정책관은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약품비의 거품과 낭비를 제거함으로써 국민 의료비 부담의 경감을 기대하고, 신약개발 중심 R&D 지원을 통한 제약사들의 체질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진현 서울대학교 간호대 교수는 "제약사들이 매출의 20%를 리베이트로 제공한다는 통계가 있다. 산술적으로 약가의 14%를 인하해도 6%가 남는다"면서 "약가인하를 통해 리베이트를 근절하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제약사들이 복제약의 가격을 높게 받고 리베이트를 제공해왔다. 글로벌 제약사 탄생을 위해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할 때다"고 덧붙였다.

일괄적인 약가인하로 제약업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는 목소리도 컸다.

회계법인 태영의 권경배 이사는 약가인하에 따른 제약사들의 재무영향 분석자료를 통해 "상위 8개사의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액이 내년에만 6140억원에 달하고, 이들 업체들은 영업손실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면서 '3년내 도산하는 업체들이 나타날 것이다"고 추정했다.

노무법인 산하 김원기 대표는 "총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약가인하 규모로 제약업계 종사자 8만1227명 중 2만10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범진 강원대학교 약대 교수는 "급격한 약가인하로 제약사들의 R&D 위축과 같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약가인하의 폭이나 시기의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갈원일 한국제약협회 전무 역시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약품비 비중이 높지 않을뿐더러 모든 제약사들이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절실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기등재약목록정비 등 다양한 약가인하정책이 동시에 시행된다면 제약사들이 감내할 여력이 없다"며 약가인하의 단계적 시행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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