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숙원’ 복수의결권, 11월부터 본격 시행

복수의결권 도입 법안 9일 국무회의 의결
비상장 벤처기업,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가능
상속·양도·대기업 활용 불가 등 안전장치 마련
  • 등록 2023-05-09 오전 10:54:55

    수정 2023-05-09 오전 10:54:55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벤처업계 숙원으로 꼽히는 복수의결권이 오는 11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주식 제도를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오는 16일 공포돼 11월 1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주당 최대 10배 의결권…투자로 지분 희석돼도 경영권 보호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주당 최대 10배 의결권(지분율 30% 미만 경우)을 부여하는 제도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이 희석되더라도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번 벤처기업법 개정으로 복수의결권주식은 상법상 1주 1의결권의 특례로 국내에 도입된다. 하나의 주식에 2개 이상 10개 이하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하며, 창업주로서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자에게만 발행할 수 있다. 창업주란 자본금을 출자해 법인을 설립한 발기인으로서 지분을 30% 이상 소유한 최대주주를 의미한다.

해당 요건을 갖춘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투자를 유치해 지분이 30% 이하로 하락하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발행 가능하다. 구체적인 투자금액 요건은 대통령령에서 규정할 예정이다.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선 법률에서 정한 사항을 회사의 정관에 기재해야 한다. 정관개정과 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 모두 발행주식총수 4분의3의 동의를 요하는 ‘가중된 특별결의’를 통해야 한다.

복수의결권주식은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10년 이내의 존속기간을 갖는다. 존속기한이 경과한 복수의결권주식은 즉시 보통주로 전환된다.

편법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지 못하도록 상속·양도, 창업주의 이사직 상실 즉시 보통주로 전환되도록 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는 즉시 보통주로 전환되므로 대기업 활용도 불가하다.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비상장 벤처기업이 상장하는 경우, 기존에 설정된 존속기한과 상장된 날부터 3년 중 짧은 기간으로 존속기간이 변경된다.

위반 행위 중기부 직권조사 가능…제도 시행 앞서 하위법령 개정

주주권익이나 창업주의 사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안건에서도 활용이 불가하다. 복수의결권 존속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 이사의 보수 등의 안건에선 복수의결권주식이라 하더라도 1주당 1의결권으로 제한된다.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중기부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언제든지 관련 사항을 열람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본점과 지점에 비치 및 공시해야 한다. 제도가 시행되면 중기부가 관보를 통해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보고한 벤처기업의 명단을 고시하므로 누구든지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주식 발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복수의결권주식과 관련된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신고할 수 있으며, 관련 혐의에 대해 중기부는 직권 조사가 가능하다. 발행 보고 등 의무사항을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된다. 허위발행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중기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벤처기업법 하위법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벤처기업법 하위법령에는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을 위한 투자유치 요건, 벤처기업의 보고 절차 등 공개와 관련된 세부사항, 신고 및 직권조사, 과태료 부과 기준 등을 담을 예정이다.

이영 장관은 “복수의결권주식 발행이 허용됨에 따라 창업주들이 경영권 상실을 걱정하지 않으면서 기업 성장에 자신의 역량을 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복수의결권주식이 현장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위법령에 위임된 투자유치 요건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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