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더 편한데"…디지털 금융이 불안한 70대

한은, 지급결제수단 이용행태 설문
의외로 현금 이용 만족도 가장 높아
70대 이상 고령층 현금 선호도 커
70대 이상의 현금 이용 의향률 99%
다만 ATM기는 2013년 이후 감소세
"현금인출 채널 적정수준 유지해야"
  • 등록 2018-03-27 오후 12:00:00

    수정 2018-03-27 오후 7:18:17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그늘로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100%. 최근 6개월간 70대 이상 고령층의 현금 이용률이다. 한국은행이 직접 설문조사한 결과다.

고령층의 지급수단 이용률은 다른 연령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계좌이체(27.8%)를 한 경험이 있는 70대 이상은 10명 중 3명도 안 됐고, 신용카드(42.8%)를 이용한 적이 있는 비율도 10명 중 4명 남짓에 불과했다. 선불카드·전자화폐(1.2%)는 이용률 수치 자체가 의미가 없어 보일 정도다.

금융서비스에 디지털 혁신 바람이 불면서 어느덧 ‘현금 없는 사회’가 다가온 것 같지만, 이 역시 현실의 한 단면이다. 몇 년 전 은퇴한 오모(72)씨는 “스마트폰을 쓰긴 하지만 이걸로 결제를 할 생각은 안 해봤다”며 “지폐를 주고 받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고령층의 디지털 금융 소외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지급결제수단 이용행태 조사는 아날로그 세대의 금융 소외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9월2일~11월5일 총 47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25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다소 의외였다. 현금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금은 △편리성 △안전성 △수용성 △비용 등 각 특성에 대해 1~5점을 부여한 후 100점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 82.1점을 받았다.

이는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신용카드(78.0점)와 체크·직불카드(74.5점)를 앞선 점수다. 인터넷뱅킹 계좌이체(56.0점)와 모바일뱅킹 계좌이체(55.2점)도 현금보다 만족도가 낮았으며, 선불카드·전자화폐(47.5점)와 모바일카드(48.1점)의 경우 40점대에 머물렀다. 모바일카드는 신용카드 혹은 체크카드의 정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미리 저장해 상품 대금을 결제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앞으로도 현금을 쓰겠다”는 비중도 높았다. 현금 이용 의향률은 무려 98.6%였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현금을 계속 쓰겠다고 한 것이다. 계좌이체(69.7%) 신용카드(82.7%) 체크·직불카드(62.3%) 등은 현금에 미치지 못했다. 선불카드·전자화폐의 이용 의향률은 7.2%에 그쳤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 국민의 현금 이용 수요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층의 이용 행태를 주목할 만하다. 현금 외에 나머지 지급수단에 대해서는 접근도 자체가 확 낮아졌기 때문이다. 70대의 월평균 현금 이용 건수는 14.8회로 전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70대 이상의 계좌이체 이용 의향률은 31.8%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이를 쓰지 않겠다는 의미다. 30~50대 입장에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응답이지만, 고령층이 현금을 가장 편하게 여긴다는 점도 엄연한 사실이다. 실제 현금 선호의 이유 중 가장 높았던 응답은 “지불 절차가 간단하고 지불 속도가 빠르기 때문”(37.0%)이었다.

신용카드와 체크·직불카드를 쓰겠다는 70대 이상의 비율도 44.0%, 33.6%에 불과했다. 30대(96.6%, 71.5%)와 40대(93.8%, 66.9%)의 이용 행태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모바일카드를 계속 쓰겠다고 응답한 70대 비율은 2.2%에 그쳤다.



갈수록 감소하는 현금인출기

문제는 현금 인출 채널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기관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영업점 수는 물론 CD/ATM 같은 자동화기기 수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CD/ATM 설치 대수는 2013년 8만6800대를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6년(7만9700대)에는 2009년(7만9600대) 이후 처음 8만대 선이 깨지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금융기관 점포 수도 2012년 7698개를 정점으로 하향 추세다. 지난해 9월 현재 6851개까지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70대 이상의 현금 및 대면거래 의존도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을 보였다”며 “현금 인출 채널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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