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추락..서베이 잘못일까

참여정부측 "설문조사 방식에 문제 있었다"
전문가 "경제주체들 자신감 `상실`..정책적 노력 필요"
  • 등록 2004-10-14 오후 3:35:25

    수정 2004-10-14 오후 3:35:25

[edaily 김춘동 양효석기자]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1년만에 무려 11계단이나 떨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이같은 추락에 청와대, 정부측이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조사 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베이 방식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설문대상자가 기업인들이 다수 포함됐을 것이라는 주장한다. 또 조사시기가 참여정부의 개혁이 한창 진행되고 탄핵으로 정치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총체적인 국가경쟁력 위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유력기관에 의해 위기론이 확인된 만큼 정부가 안일한 인식을 버리고 경제주체들의 경제심리 회복시키는 한편 국가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인들이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국가행정서비스에 대한 일종의 체감지수"라며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를 계기로 국가경쟁력 강화와 관련한 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잃어버린 4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 13일 내놓은 `2004년 국가경쟁력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104개국 가운데 29위에 그쳤다. 지난 2000년과 수준으로 지난해 18위와 비교할 때 무려 11계단이나 떨어졌다. 이는 대만(4위)과 싱가포르(7위), 일본(9위), 홍콩(21위) 등 아시아 경쟁국에 비해서도 크게 뒤쳐지는 수준이다. 특히 대만과 일본 등의 국가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대조를 이뤘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거시경제환경지수가 23위에서 35위로 추락했다. 공공부문과 기술경쟁력은 각각 36위와 6위에서 41위와 9위로 떨어졌다. 기업경쟁력지수는 23위에서 24위로, 기업환경지수 25위에서 28위로 하락했다. WEF는 요약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베트남과 함께 순위 하락이 가장 두드러진 국가로 꼽고, 그 배경으로 거시경제환경지수가 급격히 악화된 데다 공공부문과 기술경쟁력이 함께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에 정책 일관성도 결여 이처럼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하락한 것은 소비와 투자부진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해 산업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평가에서 정부의 재정능력과 금융시스템 등을 평가하는 거시경제환경지수는 12계단이나 떨어지면서 국가경쟁력 추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상실한 것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해야 할 공공부문은 41위로 떨어지면서 오히려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정치인 신뢰도(85위)나 의회 효율성(81위)은 바닥을 면치 못했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지지부진하면서 기술경쟁력도 약화됐으며, 노사관계 부문이 93개국 중 92위로 기록해 노사 후진국의 오명에서도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SK사태와 카드대란 등으로 은행건전성도 77위로 악화됐다. ◇국가경쟁력 약화 추세 우리나라는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도 35위에 머물러 국가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추세에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IMD는 WEF와 함께 세계적인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경기침체와 함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파생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WEF 평가지수는 거시경제지표와 함께 광범위한 서베이 자료를 함께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잘 반영한다. 허찬국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전반적으로 순위 하락 폭이 워낙 커서 단순하게 경기침체 요인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경제여건과 함께 정책의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도 "경기가 안 좋아 거시경제 활력이 떨어진 점이 많이 반영됐다"며 "정부 정책이나 노사관계 등의 경우 서베이 응답을 하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많이 나빴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감 회복과 불확실성 해소에 주력해야" 그러나 이같은 결과를 청와대와 정부는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측 고위관계자는 "이번 발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 "설문조사 대상자가 대부분 기업인들이고 이들이 정부정책에 부정적인 평가를 갖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경제관련 정책에 대해 전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청와대 관계자는 "WEF 평가순위가 하락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님이 확실하다"며 "다만 WEF는 서베이 데이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평가에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WEF 서베이 시점이 올 1분기였는데 당시는 대통령 탄핵 등으로 국가적으로 시끄러웠고, 당연히 기업정서도 좋지 않았다"며 "국가경쟁력은 장기간의 노력에 의한 평가를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경쟁력 추락은 이유있는 평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허찬국 한경연 소장은 "WEF는 신용평가기관은 아니지만 한국에 관심이 있고 투자를 할 사람들은 다 안다"며 "정부가 이번 결과에 대해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순위 추락을 경종으로 삼아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경쟁력 회복의 열쇠로 정부가 일관적인 정책추진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가진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자신감을 회복시켜줘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노사문화와 공공부문 효율성 제고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국가경쟁력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오 상무는 "경제주체들이 향후 앞날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책의 일관성 유지해 불확실성이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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