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내부 유동성`..환율 급등·증시 약세

美구제금융안 합의불구 국내 외화유동성·신용경색 부각
환율 4년9개월래 최고치 1190원 육박..주가 이틀째 하락
  • 등록 2008-09-29 오후 4:36:50

    수정 2008-09-29 오후 4:36:50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미국의 구제금융법안이 합의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은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주가도 떨어지는 등 요동쳤다.

해외 신용위기는 큰 고비를 넘기는 분위기지만, 이번엔 국내 유동성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시장을 짓눌렀다. 이제 내부의 문제와 싸워야 할 때가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예상 밖의 환율 폭등이 국내 금융시장 전반을 위축시켰다. 29일 달러-원 환율은 지난 주말 대비 28.3원 오른 1188.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04년 1월5일 1192원을 기록한 이후 4년 9개월만에 최고치다.

주말 미국 의회가 구제금융 법안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환율 상승흐름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지만, 환율은 무서운 속도로 상승폭을 확대해갔다.

미국 구제금융 법안에 대한 합의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내 외화유동성과 신용경색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작용했다.

국내 신용리스크의 척도로 삼고 있는 각종 신용스프레드가 지난 9월초 금융대란설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점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어, 금융권의 외화고갈 현상이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일 발표되는 8월 경상수지 역시 적자흐름을 이어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외환수급 관련 경제지표도 환율 급등을 더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서 주식시장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25일 한달만에 1500선을 탈환한 이후 이틀째 내리막을 걸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19.97포인트 하락한 1456.36으로 장을 마쳤다.

장초반에는 미국발 호재를 타고 오름세를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급등한 환율이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특히 외국인이 선물매도에 베팅하면서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위축됐다. 외국인 선물매도로 베이시스가 2.0 아래로 떨어지자 프로그램 차익 순매도도 쏟아졌다. 이 때문에 이날 기관의 순매도는 사상 두번째 규모인 7583억원에 달했다.

채권시장의 경우 장초반 환율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상승세를 보이다 장 후반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 수익률은 국고 3년물과 국고 5년물은 각각 3bp씩 하락한 5.98%와 6.01%를, 국고 10년물과 국고 20년물은 각각 4bp 내린 6.11%와 6.12%를 기록했다.

장초반에는 환율 급등의 영향으로 경계감이 컸다. 특히 3분기말 결산일(30일)을 하루 앞두고 있어 채권을 팔아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경계감이 커지면서 적극적인 매수세가 나오지 못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한국도로공사 6년물 1500억원 입찰은 전액유찰됐다. 그만큼 채권시장의 매수 심리가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오후들어 오히려 저점 매수 기회라는 인식이 조금씩 퍼지면서 금리는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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