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순씨는 과거에 매우 위험하고, 예측하기가 힘든 것으로 여겨졌던 투자대상을 골랐는데, 그것이 다름아닌 한국 주식이라는 것. 조씨는 적립형 주식펀드에 매달 80만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전에는 은행 적립식 예금에 돈을 부어왔지만 예금금리가 너무 낮은 반면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어, 리스크를 감내하고라도 고수익 투자를 택했다.
신문은 오랫동안 주식투자를 꺼려왔던 한국인들이 최근 떼를 지어 증시로 몰려들고 있으며, 이는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한국 증시가 외국인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됐지만 개인과 기관의 자금유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시장체력도 튼튼해졌고, 이같은 추세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퇴직연금 도입 등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해외 언론에는 한국관련 기사가 부쩍 많아졌다. 나쁜 뉴스와 좋은 뉴스로 구분하면, 전자는 황우석 교수 파문과 관련한 것이고 후자는 한국 증시와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브릭스`(BRICs)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던 골드만삭스는 브릭스를 대체할 새로운 `차세대 11개국`(Next Eleven)을 선정하면서 한국을 가장 주목할 국가로 지목했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도 브릭스를 뛰어넘는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한국을 눈여겨 보라고 권했다.
이쯤되면 `한국 띄우기` 일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한국 증시가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이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적립식 펀드를 통한 투자자금의 유입으로 도약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 투자자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해외의 낙관적 시각을 여과없이 받아들이기에는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가 너무 많다. 경제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윗목의 온기는 아랫목으로 번지지 못해 본격 내수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국의 고질적 병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저평가의 핵심인 북핵문제와 기업회계 불신은 여전하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세계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유력 언론들의 우호적인 평가는 해외자본 유치와 투자심리 개선에 든든한 후광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에 대한 외신의 낙관론이 언제나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을 챙겼고, 부실 은행과 기업을 접수한뒤 단기적 이익추구에 급급해 불신을 자초하기도 했다.
뜰 때는 기분좋지만, 높이 날다가 떨어지면 더 아프고 쓰리다. 오랜만에 외신에서 쏟아지는 찬사가 반갑긴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는 이유는 이같은 경험들 때문이다.
최근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적립식 펀드 열풍을 소개하면서, 주가가 하락해 환매사태가 발생할 경우 카드대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부작용을 경고하기도 했다. 외신의 호평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활용하되, 경고를 새겨 듣는데도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