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무역을 하는 정지철씨는 중요한 계약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중국 거래처 사장과 부산으로 갔다. 수영만에 도착한 정 씨는 클루저급 요트를 한 대 빌리고 거래처 사장과 함께 바다로 나갔다. 요트를 타고 한 30분 정도 나간 정 씨 일행은 배를 세워놓고 바다낚시를 즐겼다. 막 잡은 고기를 즉석에서 회를 떠 술 한 잔과 함께 즐기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거래처 사장도 매우 흡족해하는 눈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한다. 바다 한가운데서 석양이 지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황홀한 경험이었다. 요트 빌리고 하는데 500만원이 넘게 들어갔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다. 계약이 잘 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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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경향은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 요트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또 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정도가 되면서부터 요트 문화가 개화하기 시작한다.
요트의 가장 큰 매력은 강이나 바다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한 홍차음료 광고의 카피처럼 `사람은 바다를 꿈꾸는 존재`다. 바다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바다를 정복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세일요트는 다른 동력 없이 바람만으로 배를 움직여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오직 자연과 하나 됐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세일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세일러들은 이런 세일링 요트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다시는 헤어 나올 수 없다.
국내에서 요트 문화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우선 배 정박 시설인 `마리나`가 필요하다. 자동차로 치면 주차장 같은 곳인데, 마리나는 단순히 배를 정박하는 것을 넘어 배 수리, 급전·급수·급유, 숙박, 식당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함께 설치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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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인프라는 요트가 다닐 수 있는 뱃길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개통된 경인 아라뱃길은 요트 산업에 있어서는 큰 호재다. 한강에서 출발해 서해안으로 이동하고 다시 제주도까지 갈 수 있는 장거리 요트 코스가 열리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경인 아라뱃길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요트 업계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요트산업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지리적인 면에서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요트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우리 국민들이 새로운 문화를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골프나 등산의 예를 봐도 분위기를 타면 급속히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요트 역시 이런 전철을 밟아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레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성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은 "차세대 레저문화로 해양레저산업이 부상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도 해양레저산업은 매년 10% 이상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트 문화가 확산되면 다양한 산업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리나가 조성되면 주변 지역의 관광산업이 발달해 어촌, 어항 상권이 살아나게 되고 이는 곧 지자체의 세수 확충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요트를 즐기기 위한 인프라 산업들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요트는 물에 떠다니는 건축물, 호텔로 표현되는 만큼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그 속에서 먹고 자고 노는 대부분의 활동을 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외식·케이터링 서비스와 낚시·스킨스쿠버 등 수상레저장비 산업이 수혜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요트 수리업과 요트 관련 보험, 대여업 등도 동반성장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화적인 면에서는 골프와 마찬가지로 요트 역시 사교, 접대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기업들에서도 요트 산업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오롱은 계열사인 코오롱마린을 통해 미국과 영국의 유명 브랜드 요트를 수입 판매하고 있고, 대한항공은 인천시와 함께 왕산해수욕장 인근에 `왕산마리나 조성사업`에 참여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왕산레저개발을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