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전기차 캐즘에도 2분기 ‘선방’…“투자 후퇴 없다”(종합)

영업익 2802억…전년비 38% 감소
상반기 설비투자 전년비 2배 이상 늘려
‘P6’ 공급 확대…스텔란 합작 연내 가동
전고체 테스트 순항…하반기 공법 확정
  • 등록 2024-07-30 오후 12:21:18

    수정 2024-07-30 오후 1:48:49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삼성SDI가 올해 2분기 전방산업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배터리 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를 고려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삼성SDI는 올해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설비투자(CAPEX)를 확대한다. 불황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미래 투자를 가속해 시장을 선점한단 전략이다.

삼성SDI(006400)는 30일 공시를 통해 2분기 실적으로 매출 4조4501억원, 영업이익 280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38% 감소했다. 전기차용 이차전지(배터리) 사업 부진 영향이다. 김종성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지 부문을 중심으로 당초 전망보다 큰 폭의 전방수요 둔화가 이어져 시장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도 수익성 우위 전략으로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8%, 57.6% 감소한 6조1619억원, 1953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을 제외하면 2000억원대 적자다. SK온도 2분기 약 200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삼성SDI는 신중한 투자로 그동안 북미 등 해외 생산 거점 설립을 경쟁사 대비 공격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이에 가동률 하향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이 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SDI의 2분기 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규모는 79억원이다. 이를 제외해도 영업이익 2723억원으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삼성SDI 기흥 본사.(사진=삼성SDI)
삼성SDI는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고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전고체는 에너지밀도와 안정성이 월등히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삼성SDI는 지난해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시제품을 생산 중이다. 2분기에는 전고체 샘플 공급을 5개 고객사로 확대하는 등 초기 테스트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손미카엘 중대형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2분기 기존 고객 외에 글로벌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의 추가 요청으로 샘플을 공급하고 성능 테스트를 통해 계획했던 성능 수준을 확보했다”며 “고객들도 전반적으로 샘플 공급한 전고체 특성과 성능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했다.

전고체 양산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 공법과 라인 투자 계획은 곧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올 하반기에는 생산 공법을 확정하고 일부 초기 시설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다. 손미카엘 부사장은 “전고체 크기와 용량을 확대한 뒤 다음 단계의 샘플 생산과 공급에 나설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고객사와 양산 적용을 위한 구체적 스펙 등 프로젝트 논의를 보다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 2분기 실적 요약.(자료=삼성SDI)
삼성SDI는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산업의 고성장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해 설비투자는 축소 없이 계획대로 집행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50% 이상 많은 약 6조500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 투자금은 헝가리 법인 증설과 북미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인 스타플러스에너지 1공장 건설 등에 투입한다.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설비투자 규모를 이미 2배 이상 확대해 집행했다.

단기적으로는 올해 4분기 들어서야 전기차 수요가 점차 되살아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SDI는 빠른 실적 개선을 위해 미주 내 ‘P6’ 배터리 공급을 확대한다. P6는 기존 ‘P5’ 각형 배터리보다 한 단계 진화한 고부가 제품이다. 북미 스타플러스에너지 공장 가동 시점도 당초 내년 1분기에서 연내로 앞당긴다.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 시점은 내년 초로 원래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긴다. 전기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 마이크로 모빌리티용으로 전기차용은 아니지만, 단기간 내 전기차용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보급형 전기차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해선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리튬인산철(LFP) 개발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SDI는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자신했다. 손미카엘 부사장은 “전기차용 배터리는 수백, 수천만개를 균일한 품질로 생산해야 해 오랜 노하우와 기술이 축적돼야 하고 최근 다양한 정책 변화를 충족할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하다”며 “후발 업체들이 높은 수준의 품질을 갖춘 제품을 공급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중국 등 신생 업체들의 영향력은 제한적이고 기존 톱티어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불황일수록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기조다. 최 대표는 “하반기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 예상되지만, 회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를 위한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시장이 턴어라운드 되는 시점에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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