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이 앗아간 ‘제2의 손흥민’ 꿈…7명 살리고 하늘로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폐장·신장·안구 등 기증…7명 생명 살려
진호승 가족 "누군가 아들의 눈으로 세상보는 일상 바랬다"
  • 등록 2024-05-13 오전 11:17:58

    수정 2024-05-13 오전 11:17:58

제2의 손흥민을 꿈꿨던 축구 유망주 진호승 씨.(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제2의 손흥민을 꿈꿨던 축구 유망주 진호승(22) 씨가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2022년 9월 24일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진 씨가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좌, 우), 간장, 신장(좌, 우), 췌장, 안구(좌, 우)를 기증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고 밝혔다.

진 씨는 지난 2022년 9월 20일 친구를 만나고, 전동 킥보드를 타고 귀가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서 쓰러졌다. 병원 이송 후 의료진의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당시 진 씨의 가족들은 젊고 건강한 아들을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뇌사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누군가가 아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심장으로 가슴이 뛰는 일상을 살 수 있겠다는 희망에 기증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진 씨는 어릴 적부터 제2의 손흥민 선수가 되길 꿈꾸며 10년 넘게 축구 선수 활동을 이어갔다. 고등학교 때는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팀에서 활동했으며 졸업 후 독일에서 1년 정도 유학 생활을 했다.

진 씨의 가족들이 2년 후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게 된 계기는 운동을 한 건강한 몸으로 많은 생명을 살리고 떠났기에 누구라도 이런 삶을 함께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 용기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진 씨의 어머니 김보민 씨는 “호승아, 꿈에 엄마한테 왔었잖아. 엄마가 울면서 너 이 녀석 어디 갔다가 이제 왔냐고 호통치면서 너 얼굴 어루만지면서 울었잖아. 그랬더니 네가 잘 지내고 있다고 엄마 잘 지내라면서 꼭 안아줬잖아. 엄마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하늘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 엄마 아들로 와줘서 정말 고마웠어. 사랑해”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삶의 끝에서 아픈 이들을 살리는 생명나눔의 실천을 통해 7명의 생명은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다”며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하며, 한국장기조직기증원도 생명나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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