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 5번 반복한 한강…"韓문학과 함께 자랐다"[일문일답]

노벨위원회, 전화 인터뷰 공개
"평화로운 저녁 보내다가 놀라"
"여러 작가의 노력이 내게 영감 줘"
차 마시며 오늘밤 조용히 자축
  • 등록 2024-10-11 오전 9:42:31

    수정 2024-10-11 오전 10:48:50

한강(c)백다흠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정말 놀랍고 영광스럽다.” 한강은 “놀랐다”(surprised)는 말을 다섯 번이나 반복했다.

한강은 10일 노벨위원회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감을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스웨덴 한림원의 노벨위원회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평가와 함께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한강과 나눈 7분 가량의 영어 인터뷰를 이날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서울에 있는 자택에서 인터뷰에 임한 한강은 “방금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마쳤다. 평화로운 저녁을 보내다가 정말 놀랐다”고 했다. 이어 “오늘은 일을 하지 않고 책을 조금 읽고 산책을 했다”며 “저에겐 매우 편안한 하루였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이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소감을 묻자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며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다른 작가들에게도 좋은 소식이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가장 큰 영감을 준 작가가 누구냐는 물음에는 “저에게 옛 작가들은 집단적인 존재였기에 몇몇 이름을 고르긴 어렵다”고 말했다.

과거 스웨덴 출신 아동문학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을 영감을 준 작가로 언급했던 것에 대해선 “어렸을 때 그의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좋아했다”면서도 “그가 어린 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고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번 계기로 자신을 알게 된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으로는 ‘작별하지 않는다’, ‘흰’, ‘채식주의자’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한강은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표작인 ‘채식주의자’에 대해선 “3년 동안 힘들게 썼다”며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모습, 나무와 햇빛 등 작품 속 이미지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돌아봤다.

끝으로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어떻게 축하할 계획이냐고 묻자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을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한강과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정말 놀랐다. 매우 영광스럽다.”

-수상 소식을 어떻게 알게 됐나

“누군가 내게 전화를 했고 그가 이 소식에 대해 말해줬다. 물론 나는 놀랐다. 나는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께였고, 매우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나는 정말로 놀랐다.”

-현재 서울의 자택에 있나

“그렇다. 지금 서울 집에 있다.”

-오늘 하루 동안 무엇을 하며 보냈나

“오늘은 일을 하지 않았다. 책을 조금 읽고 산책을 했다. 내게 매우 편안한 하루였다.”

-수상 소식에 아들의 반응은 어땠나

“아들 역시 놀랐다. 다만 아직 이에 대해 얘기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그저 우리는 놀랐고, 그게 다다.”

-노벨 문학상 수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영광스럽다. (노벨상 측의) 지지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다.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렇다. 알다시피 나는 어릴 때부터 번역서 뿐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자랐다. 그러니 나는 내가 매우 가깝게 느끼고 있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내 친구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바란다.”

-문학적 배경에서 자랐다고 했다. 어떤 작가가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을 줬나

“내가 어릴 때 옛(old) 작가들은 집단적인(collective) 존재였고, 그들은 삶에서 의미를 찾고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결연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의 영감이었다. 따라서 내게 영감이 된 몇몇 이름을 고른다는 것은 내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스웨덴 작가(아동문학)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영감을 준 작가였다고 말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 나는 어렸을 때 그의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The Brothers Lionheart)을 정말 좋아했다. 그러나 그가 내 어린 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고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 책을 인간이나 삶, 죽음에 관한 나의 질문들과 결부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 당신에 대해 알게 된 사람에게 어떤 책부터 읽으라고 제안하고 싶나

“내 생각에 모든 작가들은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에는 ‘소년이 온다’가 일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 또 내게 매우 개인적인 작품인 ‘흰’도 (추천한다). 왜냐하면 이 책은 꽤 자전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채식주의자’가 있다. 그러나 나는 (최근작인)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

-국제 독자들에게는 ‘채식주의자’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그 작품을 3년간 썼고, 그 3년은 내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꽤 힘든 시간이었다. 내 생각에 나는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를 찾고 나무 등 작품 속 이미지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이 상을 어떻게 축하할 계획인가.

“차를 마시고 싶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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