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후 교통사고 위장에 보험금 청구…징역 35년 확정

법원, 검찰 30년 구형보다 엄하게 선고
1심 “참회·반성 없어…장기간 사회 격리해야”
2심 “살해 후 은폐 시도…죄질 매우 무거워”
대법 "법리 오해 잘못 없고, 양형부당 아냐"
  • 등록 2024-07-31 오전 10:47:38

    수정 2024-07-31 오전 10:47:38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아내의 목을 졸라 의식을 잃게 한 뒤 교통사고로 숨진 것처럼 위장하고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타내려 한 육군 부사관에 대해 징역 3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1일 오전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48) 원사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3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사고 당시 구조활동 모습 (사진=연합뉴스)
A씨는 지난해 3월 8일 경제적인 문제로 아내 B(41)씨와 말다툼하던 중 순간적으로 격분해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아내의 목 부위를 압박해 의식소실 상태에 빠뜨렸다. 아내가 사망한 것으로 오인한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차량 조수석에 아내를 태운 채 운전하다가 강원 동해시 구호동 한 도로에서 고의로 시멘트 옹벽을 들이받아 아내 B씨를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냈음에도 마치 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꾸며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청구해 치료비 명목으로 3234만여원을 지급받고(기수), B씨의 상해 및 사망보험금 명목으로 4억7000여만원을 타내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도 더해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당시 은행 빚 약 8000만원을 비롯해 여러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으로부터 총 2억9000여만원에 이르는 빚을 지고 있었다. 부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서 여러 차례 단기 대출을 받은 상태였고, 사고 당일 부부간 말다툼도 이로 인해 빚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량(30년)을 넘어서는 중형을 내린 것.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과 객관적 정황에 모순되는 진술로 일관하는 등 범행에 대한 참회나 반성 등의 감정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범행의 중대성, 태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을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1심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부검감정서를 잘못 해석해 유죄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고 혐의를 부인하며 아내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나 2심의 판단도 1심과 같았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부검감정서 내용과 부검의의 법정 진술,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사고 후 피고인의 석연치 않은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를 살해하고 은폐하기 위해 교통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아내를 살해하고, 그것도 모자라 사건을 은폐하려고 범행에 이른 정황을 봤을 때 죄질이 매우 무겁다”며 “원심의 형량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살인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양형에 유리한 요소로, ▲살인죄는 중대한 범죄로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는 점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범행으로 인한 결과 역시 매우 중하다는 점 ▲범행의 중대성, 범행 이후 피고인의 태도 등에 비춰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점 등은 불리한 요소로 고려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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