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부부 공동명의나 가족 증여를 통해 종부세를 피해갈 길이 열렸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크게 줄고, 이미 냈던 종부세도 일부 돌려받게 될 전망이다.
부동산투기 광풍을 막고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종부세가 법 시행 4년만에 용도 폐기의 길을 걷게 된 셈이다
◇ 구멍 뚫린 종부세
헌재의 이날 판결로 종부세는 명맥만 겨우 유지하는 `종이 호랑이`로 전락했다. 세대 합산과세는 당장 오늘부터 효력을 잃게 됐다. 인별 과세로 바뀌게 됨에 따라 세대원간 명의 이전, 지분 나누기 등으로 종부세를 피해나갈 구멍은 넓어졌다.
가령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공동명의로 보유해온 부부의 경우 종부세 부과기준(세대별 합산 6억원)을 초과해 종부세 대상자였지만, 앞으로는 각자 5억원의 재산을 소유한 것으로 인정돼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히 정부가 종부세 부과대상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한 만큼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부 공동명의로 18억원 주택까지는 종부세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부부간 증여에 대한 비과세 기준이 6억원이라 초과분 3억원에 대해 증여세를 낼 것인지, 종부세를 감면 받을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 장기보유 1주택자 감면안 마련
여기에다 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 규정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헌재는 거주목적의 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한 배려 없이 일괄적으로 종부세를 부과한 것은 헌법정신에 어긋나다며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지면 입법기관이 관련법을 개정할 때 까지는 효력이 유지된다. 일단 정부와 여당은 헌재의 뜻에 따라 10년간의 특별공제 조항 등을 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온 종부세 완화방안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종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산세에 통합한다는 방침을 지난 9월 내놓은 바 있다.
◇ 환급 대란..행정 마비 우려
강남 일부 지역은 벌써부터 환급에 대한 기대로 들떠있다. 국세청은 일단 세대합산 때문에 더 내게된 종부세는 경정청구를 받아 환급해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환급액수가 총 얼마에 달할지, 언제 어떤식으로 환급절차에 들어갈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14일 헌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환급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헌법불합치 판결의 경우 기존 규정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만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환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개정 과정에서 환급적용 규정을 두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세무행정은 연말까지 마비가 불가피해졌다. 기존의 유가환급금에다 이번 헌재 판결에 따른 종부세 환급으로 행정력을 다 동원해도 힘이 부칠 전망. 특히 장기보유 1세대1주택자의 경우 정부의 법개정 방향에 따라 환급대상 여부가 판가름날 수도 있고, 올해분 종부세 납부에 대한 논란도 있어 당분간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