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위기설 진단)①한국경제, 기초체력이 약해졌다

거시지표 악화일로..내우외환
출렁이는 금융시장..위기의 전주곡(?)
  • 등록 2008-09-02 오후 3:31:21

    수정 2008-09-02 오후 4:08:58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예고된 대란은 현실화하지 않는다"? `9월 위기설`이 맹위를 떨치며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외국인 이탈로 전전긍긍하던 시장은 원화와 주식의 동반급락 사태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해묵은 악재에 립서비스로 대응하던 정부는 `Black September`라는 외신 보도에 화들짝 놀랐다.
 
당국은 위기설이 과장됐다며 시장을 다독거리고 있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위기설의 근거가 9월 만기도래 채권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해지고, 정책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을 시장은 불안해 한다.

 
자금시장의 불안은 기업의 유동성 위기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자금융통이 힘들어지고, 연체율 상승에 뒤따르는 은행권 자금회수로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위기설은 더 이상 설(說)로만 머물 수 없다.
 
위기설의 실체는 무엇일까?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어떤 수준이며, 위기설은 극복 가능한 악재일까. 극복의 징후는 어디에서 나타나고, 이 시점에서 투자자들의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 이데일리는 9월 위기설과 관련, 한국 경제의 현주소와 금융시장 불안의 실체, 정부·당국의 위기대응 역량을 점검해 보는 일련의 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

 
`실체가 없는 불안 심리`라고 둘러대기에는 거시경제 지표로 확인되는 한국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투자·고용·물가·국제수지·환율·주가·금리  등 거시지표와 금융시장 지표가 일제히 나빠지고 있다.

이쯤되면 막연한 불안심리가 경제주체들의 동요를 낳은 것으로 치부하긴 힘들다. 거꾸러지는 지표와 믿음을 잃은 정부 경제정책으로 잠잠하던 위기설이 다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물가·고용·소비..안에서 새는 바가지

우리경제가 처한 상황을 짚어보자.

물가는 치솟고 내수는 침체중이고 고용은 둔화되고, 투자는 부진하다. 수출 보다 수입이 더 급증하면서 경상수지가 나빠지고 외채도 늘고 있다.

물가는 1년전 보다 6% 가까이 오르며 서민들의 생활고(苦)를 키우고 있다. 유가급등세가 꺾이면서 지난달 물가도 주춤했지만 환율 등 물가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다.

소득이라도 늘어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할 수 있을텐데 고용사정이 바닥을 기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 7월 신규 일자리는 15만3000명에 그쳐 정부가 제시한 20만명 신규일자리 창출 목표를 5개월 연속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제품과 서비스 가격은 오르는데, 소득이 늘지 않으니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을 수 밖에 없다. 내수 경기가 좀처럼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유다. 위축된 내수경기는 다시 고용부진과 소득 둔화로 이어져 가계의 살림살이를 옥죄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630조원를 넘어선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는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부담과 경기하강으로 인한 소득 감소, 물가상승으로 인한 소비의 질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악화되는 국제수지..밖에서도 새는 바가지

수출은 믿을만한가. 자신하기 힘들다. 우리의 대표품목인 IT수출이 석달째 감소세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아시아 경기가 일제히 나빠지면서 우리 제품을 사줄 국가들의 소비 사정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나라의 가계부, 기업으로 치면 재무제표에 해당하는 국제수지는 악화일로다.

7월 국제수지는 약 82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액이 늘었지만 고유가로 인해 수입액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경상수지는 24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주식시장 외국인이 `셀 코리아(Sell Korea) 행진`을 지속한 결과, 자본수지에서는 58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한달간 `대한민국`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지만 번 돈 보다 나간 돈이 더 많아 82억달러가 `구멍`난 것이다. 이같은 국제수지 악화는 외환시장에서 원화 약세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전달말에 비해 43억2000만달러 감소한 2432억달러. 두달 연속 2500억달러를 밑돌았을 뿐 아니라 지난 4월 이후 다섯달 내리 감소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이같은 외환보유액 감소는 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시장은 위기를 머금었나

금융시장은 일찌감치 경고음을 내왔다.

주식시장은 7개월 연속 꺾이고 있는 경기선행지수와 궤를 같이 하며 2일 오후에 1400선이 무너졌다. 경기가 나빠져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투영된 결과다.
 
외환시장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론적으로 한달에 82억달러 적자를 보는 나라의 통화에 누가 투자하겠는가. `대한민국` CEO까지 나서 위기를 부르짖는 나라다 보니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강조해 본들 먹히지 않는다. 원화 가치는 급락(환율상승)을 거듭, 2일 달러-원 환율은 1120원을 넘어섰다.
 
자금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채권시장의 경우 회사채 BBB와 AAA간의 신용 스프레드가 7개월만에 100bp 가까이 급등했다. 은행채와 국고채간 스프레드 역시 최근 급상승하는 등 신용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이 우리 경제를 보는 시각도 불안하다. 그들이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를 어떻게 보는가는 국채 5년물 크레딧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에 잘 반영이 되는데,  최근 한국CDS는 2003년 카드채 사태 당시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에 형성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부도 가능성을 2003년 이후 가장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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