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10일 출입기자들의 간담회 후 오찬에서 "나는 스트라이킹(striking)한 것은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문제없이 관리해 국민들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이라는 격동기를 거치면서 금융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만큼 시장의 전면에 나서 이슈를 주도하는 화려한 스타보다는 안정을 이어갈 수 있는 조용한 관리자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금융시장의 스타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도 해석을 달리했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스타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보면 스타가 아닌 경우가 많다"며 "스타는 시장에서 인정해주는 것이며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일시적으로 스타가 될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진다"고도 말했다.
금융시장의 격변기에 잠깐 스타로 떠오를 수는 있지만 안정기에도 진가를 발휘해야 진정한 스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스터원`으로 알려진 국제금융통답게 "금융의 스타는 필요하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날 금산분리 원칙에 대해 윤 전 위원장과 뚜렷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지배에 대해서는 대단히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전임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금산분리 원칙 완화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평소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조건으로 금융회사의 자율과 창의는 물론 책임과 의무 또한 크게 강조해왔다.
실례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최근 CD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은행이 고객의 이해를 고려하면서 지혜롭게 영업전략을 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쏠림현상으로 주택대출을 크게 늘렸다가 상황이 바뀐다고 고객을 도외시하면 시장에 충격을 주고 결과적으로 부메랑이 돼 다시 시장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금융회사에 최대한 자율을 보장할테니 금융회사 스스로도 리스크관리는 물론 고객과 상생하기 위한 책임을 다할 때 시장의 안정은 물론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청소부 밥`은 젊은 나이에 CEO에 올랐지만 회사와 가정에서 위기를 맞은 주인공이 은퇴 후 소일삼아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밥을 만나 직장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이끌 수 있는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는 내용.
참여정부의 임기와 함께 위원장 역시 단명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시장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풀이된다.
안정적인 관리자를 금융시장의 진정한 스타로 꼽은 것을 감안하면 윤 전 위원장에 이어 3년간의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도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한편 국민은행장 연임과 관련해 자율을 존중하겠다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해 진정 고민해야 한다"며 "다만 당국이 방침을 정해 끌고 가는 것은 안되며, 자체 역량을 키우고 인내심을 가져야 시장의 자율과 창의가 존중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