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윤지 송주오 기자] 광화문 도심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두고 두 쪽 났다.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퇴진 집회와, 윤 대통령을 수호하는 맞불 집회가 열리면서다. 이들 집회로 대규모 인파가 광화문에 모이면서 버스가 우회 운행하는 등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
| 21일 오후 광화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치는 집회로 인해 인근 버스정류장의 전광판에는 모든 버스가 우회 운행 중이라고 안내돼 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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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경찰청 교통정보센터(TOPIS)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집회가 열리는 청계광장~세종대로사거리 구간과 정부서울청사~광화문 구간의 속도는 시속 4㎞를 보이며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집회 마무리 시각인 오후 6시에도 일대는 4㎞~10㎞대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광화문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찬성, 반대 집회가 각각 열렸다. 오후 1시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이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통령 탄핵 반대 자유민주주의 수호 광화문 국민혁명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 3만1000여명)이 집결했다.
경찰은 집회로 인해 일대 교통 통제를 강화했다. 인파가 몰리며 당초 통제 차선보다 2차로를 더 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동화면세점~대한문 구간은 양방향을 합쳐 2차로를 제외한 나머지 차선이 모두 가로막혔다.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 광장도 인파로 가득차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광화문 앞 정류장 전광판에도 대부분의 버스가 ‘도착 예정’ 대신 ‘우회’로 안내돼 있었다.
이날 오후 1시30분쯤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6번출구를 지나가던 권모(26)씨는 “대구에서 놀러 왔는데 집회 때문에 제대로 다니기가 힘들다”며 “저녁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려 했는데 집회 때문에 그건 열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여행 차 한국을 방문한 톰(38)씨도 “광화문 광장을 구경하는 게 목표였지만 여행 일정을 잘못 짠 것 같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 21일 오후 광화문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에 인파가 몰리며 일대 차선이 통제됐다. (사진=정윤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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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동화면세점에서 1㎞ 정도 떨어진 광화문 동십자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노동시민단체가 모인 퇴진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 대개혁! 범시민대행진’ 집회를 주최했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모이며 사직로 경복궁역~경복궁교차로의 양방향 차선도 전면 통제됐다. 동십자각 주변의 인파는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까지 가득찼다. 이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0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 2만5천여 명)이 집결했다. 한복을 입고 시위 인파에 섞여 있던 베트남 국적 20대 짱씨는 “경복궁과 안국을 둘러보려고 했다”며 “사람이 많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서울 도심권 교통 혼잡은 저녁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퇴진비상행동 측은 집회를 마친 후 5시부터 종각역을 지나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까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교통경찰 170여 명을 배치해 차량 우회 등 소통 관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