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정 기업이나 조사 사건에 대해 말하기 어렵지만 공정위가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실제로 법위반 행위 조사하고 있고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일감몰아주기 제재 마무리 단계 수순
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위는 ‘기업집단국’을 설립하면서 대기업 집단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칼을 꺼내 들었다. 하이트진로, LS, 효성, 대림, 태광, 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등에 대한 제재를 마무리했고, 삼성, SK, 하림, 호반 등은 아직 심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삼성그룹이 단체급식 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에 대해 조직적으로 부당지원을 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1982년 삼성그룹 연수원의 단체급식 및 식음료 서비스사업을 맡아 문을 연 웰스토리는 2013년 물적분할을 통해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028260))의 100% 자회사가 됐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17.08%) 이건희 회장 (2.84%), 이부진 (5.47%) 이서현(5.47%) 삼성전기(2.61%) 삼성SDI(2.11%) 등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리시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조사를 요청했고, 김 위원장도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주시했던 사안이다. 삼성 측은 정상가격에 의해 거래됐고 회사 직원 복지차원에서 이뤄진 터라 부당지원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이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를 제조하는 SK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한 과정에서 SK가 돈을 벌 수 있는 ‘회사 기회’를 유용한 혐의다. 회사 기회 유용은 이사, 경영진, 지배주주 등이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봉쇄하고 자신이 대신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채이배 전 의원은 2017년 국정감사 등에서 “SK가 실트론 지분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최태원 회장이 지분 일부를 인수한 것은 최 회장에게 회사 기회를 유용하게 해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공정위가 그해 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이건 외에 복수의 SK 부당지원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SK측은 “실트론건의 경우 SK는 특별결의에 필요한 충분한 지분을 확보한 만큼, 재원을 다른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회사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기에 추가 지분 매입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 대표 업종으로 분류되는 물류시장에서 일감나누기 문화정착을 위한 연성규범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일감몰아주기 제재가 마무리된 단계에서 제재 일변도에서 벗어나 기업들에게 ‘당근’을 제공하면서 일감나누기 방식으로 정책 무게 중심을 옮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조 위원장은 “일감몰아주기 제재와 일감 나누기를 동시에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며 “기업집단 스스로도 일감개방 통해 리소스를 보다 합리적 수준에서 쓰는게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 상승 일어나고 우리경제에도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일감을 나누는 기업에 공정거래협약 평가에 가점을 부여해 직권조사 등을 면제하는 인세티브를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