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나쁜 딜' 키르케고르 "韓 극단적 나라, 젠더불균형 높아"[ESF 2023](종합)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기조연설
키르케고르 美 PIIE 선임연구원
“한국은 극단적 나라···출산율·혼외출산율 최하위”
여성 교육수준 OECD 1위…가사노동 부담 男 5.5배
고학력·저숙련 이민확대, 혼외 출산 법제화해야
  • 등록 2023-06-21 오후 12:19:01

    수정 2023-06-21 오후 1:29:14

[이데일리 김경은 유은실 하상렬 기자] “한국이 (현재) 거치고 있는 시기가 젠더불균형이 가장 높을 때이다. 결혼시장 리스크 자체가 높다는 의미다.”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2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인구절벽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를 주제로 열린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 기조연설자로 올라 한국이 당면한 인구 과제에 대해 내놓은 근원적인 문제 원인으로 젠더상의 이슈가 결혼시장의 리스크를 높이고 결국 출산율을 낮춘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이 2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시작된 인구 데드크로스, 반등의 기회를 찾는다’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1~22일 양일간 열리는 ‘제14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인구절벽 넘어 지속가능한 미래로’를 주제로 저출산·고령화의 늪을 뛰어넘기 위한 미래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여성 교육수준 OECD 1위…가사노동 부담 男 5.5배


그는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예외적인 부분이 많은 국가”라며 “전 세계에서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가장 높지만, 가사 노동의 85%가 여성이 부담하고 있는 점도 매우 극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영육아 돌봄에 특별히 투자를 덜 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2000년대부터 일본보다 높다”며 “정부가 돈을 많이 써야지는 정답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 부문의 젠더 갭(Geder Gap)도 자녀가 있는 경우 굉장히 큰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며 “결국 여성은 결혼을 안 하고 자녀를 안 낳고 싶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가르켜 “결혼이 (여성에게) ‘나쁜 거래(bad deal)’일 수 있다”고 일갈했다.

또 키르케고르 연구원은 “최고 가임 연령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젠더 불균형이 가장 높아 결혼시장 미스매치를 불러 일으킨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출산율을 보통 2.1명이라고 보는데, 이를 위해선 젠더 균형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한국은 젠더불균형이 높기 때문에 인구 대체를 위한 합계 출산율도 2.1명이 아닌 2.3명이 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외 출산이 매우 낮아 ‘결혼과 출산’이 연계되고 이는 첫 아이 출산 연령의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둘째, 셋째를 많이 낳기 힘든 구조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키르케고르 연구원은 “선진국들이 높은 수준의 혼외출산율을 나타내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혼외출산율은 3%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OECD 평균이 41.2%인것과 비교해 극단적으로 낮단 지적이다.

그는 인구에서 ‘사망’과 ‘출산’ 중에 출산율을 변동가능한 부분으로 봤다. 다만 출산율이 반등한 고소득 국가들을 보더라도 출산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다만 한국의 인구전망에서 순인구유입은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키르케고르 교수는 “지난 10년간 한국으로 유입된 근로자 수는 10만명 수준인데 이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한국으로 순유입되는 근로자들 중 저숙련 근로자는 돌봄 서비스 니즈가 높아짐에 따라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숙련 인력인 기업인과 유학생을 증가시키는 게 중요한 키”라며 “이민 정책에서 대학생을 유치해,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줘야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민확대, 혼외 출산 법제화도 대안될 것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선 이민확대, 혼외출산 법제화 등 적극적인 정부정책을 중기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먼저 키르케고르 연구원은 “한국은 적극적으로 노동력에 대한 이민계획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덴마크 출신인 자신이 미국에 유학을 가 20년 넘게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저숙련 노동자 뿐만 아니라, 고숙련 노동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대학을 갖추고 유학생을 유치해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혼외출산을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혼외출산과 관련된 모든 법적, 행정적 장애물이 해결돼야 한다”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있어야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법적 장애물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이 같은 장치 부재는 결혼과 가족형성을 늦추는 요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키르케고르 선임연구원은 다자녀 가구일 경우 정부가 주거비를 제공해주는 대안도 내놨다. 그는 “일본의 인구 감소는 집값 때문이었다. 공공정책으로 자녀를 둘, 셋 가진 가구에 주거비를 제공해주는 대책이 있을 수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녀 숫자에 비례해 세금을 경감해 주는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그는 육아휴직을 부모 양쪽에 대해 의무사항으로 만드는 등의 정책적 대안을 언급했다.

다만 정부정책뿐 아니라 사회적인 참여도 강조했다. 키르케고르 선임연구원은 “정부 정책 만으로 인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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