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환율이 급락했지만, 채권시장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당국 개입으로 환율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상승 압력을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게다가 다음주 9월 만기 국고채 상환이 몰려있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었다. 9월 위기설 자체는 부풀려졌다고 하더라도 만기상환 이후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향후 경기둔화를 감안할 때 현 수준에서 금리는 살만한 수준이라는 인식이 강세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에 이어 10원 이상 급락했다. 달러-원 환율은 11.2원 하락한 1117.8원을 기록했다. 이날 당국은 모두 20억 달러 이상의 달러 매도 물량을 쏟아부은 것으로 관측됐다. 일각에서는 최근 사흘동안 60억달러 가량을 개입 물량으로 사용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 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과 국고채 5년물이 전일보다 각각 2bp씩 하락한 5.80%와 5.88%를 기록했다. 국고채 10년물과 국고채 20년물은 각각 3bp씩 낮은 5.96%와 5.94%에 고시됐다. 통안증권 1년물과 2년물은 각각 전일 종가와 같은 5.88%와 6.09%를 나타냈다.
장내시장 국고3년 지표물과 5년 지표물은 각각 200억원과 100억원씩 거래됐다. 국고10년 지표물과 20년 지표물은 각각 10억원과 20억원씩 사고팔렸다. 물가연동국고채권은 10억원 거래됐다. 전체 거래액은 620억원이었다.
◇환율 상승 압력 vs 경기둔화 흐름...당분간 박스권에서 움직일 듯
상당수 시장참여자들은 당분간 금리가 5.7~5.9%대의 박스권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둔화 전망과 환율상승 압력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다. 박스권 상단에서는 경기둔화 관측이, 박스권 하단에서는 환율상승 경계감이 각각 재료로 작동할 것이란 설명이다.
다음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제2금융권 채권운용 담당자는 "일부 기관의 환매 수요가 있어 단기금리는 다소 뻑뻑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장기물은 금리 메리트가 부각돼 수요가 있는 분위기였다"며 "당분간 환율상승 압력과 경기 둔화 예측이 시장에는 비슷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균형점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효과가 어느정도 나타나고 있어 금리는 조금 더 하락할 여지가 있어보인다"며 "환율 상승에 대란 내성도 어느정도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다음주 국고채 만기 상환이 남아있다는 점은 일정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됐다. 만기 상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유동성 축소효과는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앞선 제2금융권 관계자는 "다음주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것 때문에 투신사 등에서는 자금확보가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다"며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거래 분위기는 다소 위축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