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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한 달 만의 적자 전환이자, 1980년 1월 통계집계 이래 최대 적자 규모다. 종전 최대 적자폭은 2020년 4월(-40억2000만달러)이었다.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74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적자폭을 보였다. 직전 최대 적자 규모는 지난해 8월(-41억4000만달러)로, 상품수지는 넉 달째 적자를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였던 1996년 1월부터 16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이래 최장 기간 적자다. 수출이 480억달러로 전년동월비 14.9% 감소한 반면, 수입은 554억6000만달러로 1.1% 증가했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으로 반도체 철강제품 등이 각각 43.4%, 24.0% 줄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수입은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감소한 반면 소비재는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부진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 부진이 동시에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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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1월 역대 최대 적자폭이 나왔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통관 기준 2월 무역수지 적자 폭이 53억1000만달러로 1월(-126억5000만달러)보다 축소돼 2월 상품수지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비롯해,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부문이 흑자로 전환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향후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3월부턴 동절기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에너지 수입도 상당 부분 줄어든다는 점도 짚었다.
이동원 부장은 “1월 큰폭의 적자가 난 것은 맞지만, 연간 전체로 보면 흑자가 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특이하게 우려하고 있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연간 기준 국민총소득(GNI)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1% 중반 정도로 예상한다”며 “과거 연간 기준 7차례 경상수지 적자가 났을 당시 GNI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평균 -1.9%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1월 적자 규모에 과다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에 따르면 과거 경상수지 적자가 났던 1990년, 1991년, 1992년, 1994년, 1995년, 1996년, 1997년 당시 GNI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각각 -1.0%, -2.4%, -0.8%, -1.0%, -1.8%, -4.0%, -1.9%였다.
본원소득수지가 흑자폭을 키우고 있는 점도 경상수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순소득인 본원소득수지는 1월 63억8000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전년동월비 45억1000만달러 확대된 수준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국내기업 해외법인의 대규모 배당수익이 들어온 영향이 컸다. 이는 배당수익을 국내로 송금할 때 법인세 혜택을 주는 ‘익금불산입제’가 1월부터 시행된 것과,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직접투자를 늘린 요인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향후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도 전망했다. 지난해 본원소득수지는 228억8000만달러 흑자로 상품수지(150억6000만달러)를 앞지른 바 있다. 이 부장은 “2011년부터 본원소득수지가 흑자로 들어섰고, 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한 단계로 들어가면 상품수지는 줄고 본원소득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한은 전망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한은 전망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보고 있다”며 “겨울철이 지나면서 에너지 수입 등이 줄어 무역수지 적자 폭이 개선될 여지가 있고, 중국 수요가 개선되면서 수출도 하반기부터 흑자가 나오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